(마약범죄, 처벌에서 치료로)②(단독)"마약은 전염병…여성 맞춤형 재활과정 개발 중"
법무부, '여성 재활과정' 개발 착수…여성 사범, 2020년 134명→2025년 505명
오세문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장 인터뷰…"마약 재범, 사회가 막아야"
"국가 차원 '재활 체계' 구축 필요"…"중독재활 전문인력, 시설 등 확충해야"
2026-08-06 06:00:00 2026-08-06 09:46:06
[뉴스토마토 유근윤·신다인 기자] 여성 마약류 사범이 최근 5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하자 법무부는 여성 수용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전체 마약류 사범과 수용자 확산 속도를 전문 인력과 교정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처벌과 격리'만으로는 재범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광주교도소가 수용자들에게 단순 '단약(斷藥)'을 넘어 '회복'과 '사회 복귀'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6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부터 여성 마약류 사범 전용 재활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전담 인력이 전국 교정시설을 순회하며 여성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과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중독 경로' 다른 여성 마약류사범…'맞춤형 재활' 필요성 커져
 
법무부는 여성 마약류 사범이 남성 사범들과 다른 경로의 중독 양상과 범죄 요인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여성은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 신경·정신질환,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의 강요·권유, 다이어트 목적 등으로 약물을 시작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약물 사용 동기와 사회·문화적 성 역할이 남성과 달라 중독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취약성을 지닌다는 게 법무부 설명입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광주교도소 청사 입구. 광주교도소는 마약사범재활과를 운영하며 마약류 사범 재활교육에 나서고 있다. (사진=광주교도소)
 
실제 여성 마약류 사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법무부가 발간한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여성 마약류 사범은 △2020년 134명 △2021년 179명 △2022년 218명 △2023년 297명 △2024년 414명 △2025년 505명입니다. 여성 수용자 가운데 마약류 사범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5.7%에서 지난해 13.9%로 높아졌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여성 마약류 사범이 크게 늘면서 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교정시설은 강제적인 단약이 가능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여성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재활 효과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약은 전염병, 치료·재활은 방역'…광주교도소 '실험' 주목
 
법무부의 여성 마약류 사범 맞춤형 프로그램 추진은 교정 현장의 생생한 요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마약사범재활과를 전담 운영 중인 광주교도소는 마약류 사범을 일률적으로 교육하는 대신, 개별 중독의 원인과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광주교도소에서 만난 오세문 마약사범재활과장은 "마약류 사범을 치료하지 않고 구금만 한다면 전염병이 교도소 안에서, 출소 후엔 사회로 퍼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치료와 재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방역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오세문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광주교도소가 재활 교육생들의 중독 원인과 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호기심이나 또래집단의 영향으로 마약을 시작한 수용자가 있는 반면, 우울·불안·외상 후 스트레스(PTSD) 등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약물에 의존하게 된 수용자도 있는 등 개별적 환경·맥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이는 법무부가 여성 마약류 사범의 특수성을 별도로 파헤치기 시작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구금이 치료 기회'라는 역설…마약 치료·재활 '반발심' 적어"
 
흥미로운 건, 역설적이게도 '구금'이라는 강제적 환경이 치료와 재활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오 과장은 "교정시설 이수 명령 교육 대상자들은 집행유예 수강 명령 교육 대상자에 비해 마약 치료·재활에 대한 반발심이 적은 편"이라며 "구금이라는 고통 속에서 교육 동기가 강제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이들을 치료하기 매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정시설에선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환경과 단절된 채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처음엔 치료와 재활에 소극적이던 수용자들도 차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자신의 중독 상태를 인정하고, 타인이 중독에서 회복하게 된 경험에 공감하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 교육생들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오 과장은 "처음에는 '친구가 권해서', '호기심으로', '한 번 사용했다가'라는 식으로 마약 중독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교육과 상담을 거치면서 자신이 약물을 사용했던 상황과 감정, 스트레스,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 다시 위험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오 과장은 "교육 만족도가 곧바로 재범률 감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도 했습니다. 광주교도소에서 마약사범재활과가 신설된 지 6개월(실제 운영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재범률 감소 같은 장기적 효과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취지입니다.
 
지난달 21일 오세문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문 인력·연계망 부족…"국가 차원 '재활 체계' 구축 필요해"
 
오 과장은 올해 1월1일 광주교도소 마약사범재활과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국정 과제로 마약사범재활과 신설 계획이 발표되자 직접 법무부에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자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1월 발령 당시엔 함께 일할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사무실은 3월 중순이 되어서야 완공됐고, 치료와 재활을 진행할 마약류 사범 수용자를 모으는 데도 시간이 걸려 실제 교육은 5월 초에야 시작됐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1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에 오 과장은 현장에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독재활 전문 인력 확충 △교육·상담 시설 확충 △중독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 마련 △법무부·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 간 사회재활 연계망 구축 △프로그램 효과를 검증할 장기 추적연구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는 "마약류 사범 한 명의 재범을 막으면 잠재적 피해자를 줄이고, 가족 해체와 사회적 비용 증가도 함께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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