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소비자피해보상 부실심사·보이스피싱 공시 위반
2026-08-06 15:35:01 2026-08-06 15:46:00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IBK기업은행 내부 감사에서 소비자 피해보상 시스템과 내부통제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합의서가 등록되지 않아도 피해보상금 지급과 종결 처리가 가능했고, 부서장 전결 사항은 재위임 절차 없이 팀장이 검토하는 등 과정도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보상 시스템 부실 
 
6일 감사원에 따르면 기업은행(024110)은 최근 자체 종합감사 결과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개선 요구 3건과 현지주의 2건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과 지급정지 공시 업무에 대해서는 현지주의, 민원합의서 관리 업무와 고령 금융소비자보호·민원경보제 운영 기준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감사는 단순한 업무 실수보다 소비자 피해 예방과 분쟁 대응을 위한 내부 절차가 규정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피해보상과 민원 처리,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등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업무 전반이 개선 대상이 된 셈입니다.
 
감사 결과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부분은 피해보상 시스템입니다. 기업은행은 소비자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기 전 민원합의서 또는 민원합의서 미징구 확인서를 민원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담당 부서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 감사에서 관련 서류가 등록되지 않아도 피해보상금 지급과 종결 처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한 지점에서는 합의서 등록 없이 피해보상이 지급·종결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감사보고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유지될 경우 향후 민원인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조치 의견에는 필요 서류 등록과 담당 부서 확인 이전에는 피해보상금 지급과 종결 처리가 불가능하도록 민원관리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했습니다.
 
피해보상 절차를 관리하는 내부통제도 미흡했습니다. '위임전결규정' 등에 따르면 영업점장 전결로 지급 가능한 100만원 이하 소비자 피해보상은 소관 부서장이 적정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하위 직급에 위임하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재위임 절차 없이 부서장 전결 사항 검토 대상 34건 모두를 담당 팀장이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규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규정된 전결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과정의 객관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결권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이 밖에도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과 민원경보제 운영 기준의 미비점이 드러났습니다. 관리직 직원의 판매 적정성 확인 내용을 기록·유지하도록 하는 절차와 민원심의협의회의 운영 기준 등을 내규에 반영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이용계좌 관련 지급정지 공시 업무에서는 지급정지 금액과 예금 종별, 지급정지를 요청한 금융회사 등 공시 항목 일부를 누락한 사례가 확인돼 현지주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습니다.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는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5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당시 민원 발생 건수와 금융사고 건수 등 계량지표는 양호 평가를 받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구축·운영 등 비계량 부문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 임직원 자격 요건 마련·운영, 금융소비자 권리 안내 및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운영,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거래 편의성과 피해 예방 노력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였습니다.
 
같은 평가에서 NH농협은행이 '양호' 등급을 받고, DB손해보험과 우리카드 등 일부 2금융권도 양호 평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기업은행의 소비자 보호 체계 고도화는 여전한 숙제입니다. 올해 실태평가 대상에도 오른 만큼, 전반적인 시스템 손질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 소비자 피해보상 적정성 검토와 민원경보제 운영 기준 등은 모두 개선을 마쳤고, 지급정지 공시 업무도 현재 개선 중으로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AI 불완전판매 탐지 시스템을 통해 투자상품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있으며,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통합센터와 AI 보이스피싱 피해 탐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며 "은행장 주재 내부통제위원회 등을 통해 고객 신뢰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권 소비자보호 전반 '경고등'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이 기업은행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은행권 소비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입니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보호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은행권 전반에 관련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후 피해 구제뿐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한 소비자 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도 은행권 전반의 소비자보호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평가 대상인 6개 은행 가운데 '우수'나 '양호' 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고, 우리은행·케이뱅크·광주은행·수협은행은 '보통', 신한은행과 토스뱅크는 '미흡' 등급을 받았습니다.
 
금감원은 실태평가 2주기부터 단순히 관련 제도를 갖췄는지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의 역할과 조직·인력, 성과평가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업권·상품별 소비자 보호 리스크, 판매 채널 특성을 고려한 차등화된 평가 항목을 마련해 리스크 기반 소비자 보호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평가 항목에 대한 평가 비중을 상향 조정하는 등 실효성도 높일 계획입니다.
 
평가가 정교해지는 만큼, 은행권의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 금융회사가 기본적인 소비자 보호 체계는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부통제 운영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보호 거버넌스의 실효성 제고를 주문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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