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부제 무더기 위반…우리금융은 '있으나마나'
2026-04-29 06:00:00 2026-04-29 06:36:41
 
[뉴스토마토 이재희·이지유·배희 기자] 정부의 에너지 절감 기조에 맞춰 금융권이 차량 2·5부제를 도입했지만 출근길 현장에서는 위반 차량이 속출하며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부터 주요 시중은행까지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출근 시간대 주차장에서는 위반 차량이 다수 목격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권 주차장 출입 제한 없어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차량 2부제는 자율 참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친환경차, 장애인 차량, 임산부 및 유아 동승 차량 등은 예외로 인정됩니다.
 
차량 2부제는 날짜 기준으로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홀수일에는 홀수 번호 차량만 짝수일에는 짝수 번호 차량만 운행할 수 있습니다. 차량 5부제는 요일별로 번호 끝자리를 제한하는 제도로 월요일에는 번호판 끝자리 1·6, 화요일에는 2·7, 수요일에는 3·8, 목요일에는 4·9, 금요일에는 5·0에 해당하는 차량의 운행이 제한됩니다.
 
<뉴스토마토> 취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와 을지로 일대 금융사 본점을 직접 찾아 출근 시간대 차량 출입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사업장에서 2부제와 5부제를 위반한 차량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날은 번호판 끝자리 짝수 차량만 출입이 가능한 날이었지만, 현장에서는 홀수 번호 차량들도 제지 없이 주차장으로 진입했습니다. 화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 5부제 기준 끝자리가 2·7인 차량 역시 출입이 제한돼야 했지만 이들 차량도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들어갔습니다.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본점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출입 차량 146대를 확인한 결과 2부제 위반 차량이 74대로 절반을 넘었고 5부제 위반도 9대가 확인됐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짝수일임에도 불구하고 홀수 번호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끝자리 2·7 차량도 그대로 진입했습니다. 사실상 제도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2부제의 경우 홀짝으로 운영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통계적으로 차량 절반 정도가 운행 제한 대상이 되는 셈인데, 절반이 지키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구성원들이 아예 참여를 안했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2·5부제 위반 차량 중 번호판이 '허·하·호'로 시작하는 고급 렌터카 및 리스 차량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만큼 임원과 법인 차량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에서도 같은 시간 출입 차량 35대를 확인한 결과 5부제 위반 차량이 5대, 2부제 위반 차량이 9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입구에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차량을 멈춰 세우거나 번호판을 대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서울 중구 테평로에 있는 신한금융지주(055550) 및 신한은행 본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근시간대 지하주차장 2·3·5·6층에는 총 261대 차량이 주차돼 있었는데, 5부제 위반이 9대, 2부제 위반이 69대로 집계됐습니다. 
 
출입 차량 중 위반 차량에는 번호판이 '허·하·호'로 시작하는 렌터카 및 리스 차량도 다수 포함됐다. 금융권 특성상 임원 차량에 렌트·리스 차량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내부 구성원의 참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28일 우리금융 주차장에 출입하는 차량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금감원 직원도 2부제 26건 위반 
 
금융당국에서도 위반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기존 자율 운영하던 차량 2부제를 의무화하고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위반 차량이 발견됐습니다. 여의도 금감원 청사에서 지상부터 지하 4층까지 전체 차량 315대를 확인한 결과 차량 2부제 위반은 총 42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직원 차량이 26대, 방문 차량 15대, 법인 영업용 차량이 1대였습니다.
 
실제 주차장 입구에서는 경비 인력이 차량 번호를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자주 출입하는 차량이나 직원 차량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되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반 차량이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했습니다. 
 
금감원은 불가피한 예외 상황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날 업무상 회식 자리가 있어 술을 마셨거나 임산부나 유아기, 미취학 아동을 데려다주거나 같이 출근해야 하는 예외 상황은 배려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 여의도와 을지로 일대 금융사 본점을 찾아 출근 시간대 차량 출입 상황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사업장에서 차량 2부제와 5부제 모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 차량 요일제 준수 안내문. (사진=뉴스토마토)
 
은행들 "상당 수 외부 차량" 주장
 
금융권이 에너지 절감 정책에 동참하며 차량 운행 제한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형식적인 운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시행 초기부터 위반 사례가 대거 확인된 만큼, 실질적인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차량 2부제, 5부제 위반 차량에 대해 상당수가 외부 방문 차량이거나 고객 차량이라고 주장하지만 <뉴스토마토>가 조사한 시간이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는 임직원 차량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우리은행은 벌금 등 내부 제재를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침 위반 시 일반 주차비보다 높은 수준의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본점 건물에는 영업점뿐 아니라 어린이집,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있어 외부 차량 유입이 많은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KB국민은행 측은 일부 위반 차량은 영업점을 방문하는 일반 고객 차량일 뿐 내부 직원들은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직원 차량 번호를 대조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고객 차량까지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 측은 차량 5부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반 차량에 대한 경고 부여 및 출입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스템에 등록된 직원 차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 건물에 출입하는 직원 차량은 대부분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5부제를 위반해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직원은 즉시 식별이 가능하다"면서 "지침을 어긴 차량에 대해서는 경고를 부여하며 경고가 누적될 경우 해당 차량은 향후 주차장 출입 자체가 제한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기조에 맞춰 금융권이 도입한 차량 2부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부터 주요 시중은행까지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출근 시간대 주차장에서는 위반 차량이 무더기로 드나드는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은 28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출입하는 차량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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