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복상장의 덫)③자회사 IPO 막히자…글로벌형 모델 해법 될까
카브아웃·스핀오프 '미국식 대안' 거론
단기 수단 활용 확산되지만 대규모 조달 역부족
오너 중심 경영 국내 기업 비선호 방식 평가
2026-04-30 06:00:00 2026-04-3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8일 17: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했던 기업들이 중복상장 규제 강화라는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국내 재계의 자금조달 전략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장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반복해왔지만 중복상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IPO를 전제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기업들은 상장 지연에 따라 투자 부담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의 IPO 전략 변화와 재무 리스크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중복상장 원칙금지 기조가 공식화되면서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재계의 움직임이 막다른 기로에 혔다. 대안으로 카브아웃(Carve-out)과 스핀오프(Spin-off)를 결합한 글로벌형 구조가 거론되지만 국내 지주사 체제의 지분율 규제와 세제 부담, 소액주주 보호 기준 등 구조적 제약이 장벽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기업들은 교환사채(EB)·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지분 유동화 수단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조 단위 자금 조달을 대체하기에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카브아웃→스핀오프…미국식 투트랙 모델 거론
 
28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영업 독립성·경영 독립성·투자자 보호를 3대 심사기준으로 하는 중복상장 특례를 상장세칙에 신설해 이르면 오는 7월 시행할 방침이다.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해 자회사 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금융위원회)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LS에식스솔루션즈, HD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현재 중복상장 절차를 추진하려던 그룹에서는 제동이 걸리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중복상장 공개세미나를 통해 "외부 자본조달의 필요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복상장의 증가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은 국내 기업들의 주요 대리인 문제에 해당하는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자회사 IPO 경로가 막히자 시장에서는 글로벌 모델 중 하나인 카브아웃과 스핀오프 등을 단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카브아웃은 자회사 지분 일부만을 시장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모회사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다. 미국식 모델로 평가받는 스핀오프는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직접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지분을 비례적으로 보유하게 돼 일반주주 가치 훼손 우려를 줄이면서 자회사 독립성과 투자금 회수 구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단순 IPO와 달리 지배력 유지와 주주환원 기능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IBM의 킨드릴홀딩스, 이베이의 페이팔, GE의 GE버노바 등 글로벌 기업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 KPMG가 20개국 기업 및 사모펀드 관계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가량이 향후 1~2년 내 카브아웃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복상장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경우 헬스케어·기술·반도체·산업재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또 다른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카브아웃·스핀오프 같은 글로벌 모델은 세제와 자본시장법·지주사 규제가 정합적으로 맞물려야 작동 가능한 구조인 만큼 당국과의 협의 없이는 도입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지배구조·세제 이중 장벽…제도 개선 없이는 한계
 
다만 카브아웃·스핀오프 모델이 국내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국내 지배구조는 지주사 체제 아래 계열사 지분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지분 전부를 이전하는 완전 분리 방식은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오너가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방식이 아닌 셈이다.
 
세제 정책도 발목을 잡는다. 스핀오프를 통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이 배정되면 의제배당으로 간주돼 현금 유입 없이 배당소득세가 과세된다. 의제배당이란 실제로 현금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주주 등에게 경제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경우를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제도다. 결국 자회사 지분 일부 매각(카브아웃) 이후 현물배당형 스핀오프를 결합하는 구조는 관련 세제 특례가 명확하지 않아 주주가 현금 유입 없이 배당소득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글로벌형 자금조달 모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장 규제뿐 아니라 세제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주식 과세 체계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소득세 세율을 낮추는 등 소득세법 전반의 개정의 실효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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