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청산' 기조 발맞춘 검찰…"전담 수사관 배치, 항고 신중 검토"
5·18 특별재심 ‘전향적 해석’…'광주 밖' 민주화운동도 적극 포용
검찰, '인권옹호 기관' 체질개선 중…정성호 "지연된 정의 없어야"
2026-04-27 15:32:50 2026-04-27 15:43:2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검찰이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 업무에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고, 무죄·면소 사안은 첫 기일을 결심으로 해 신속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또 검찰이 재심 개시에 기각 의견을 제출했더라도 법원이 재심개시를 결정한 경우엔 항고를 신중히 검토키로 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국가폭력 청산' 기조에 발맞춰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3차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검찰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 방식 개선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검 브리핑룸에서 '검찰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 방식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재심 사건 처리에 있어 형사사법의 기본 이념인 법적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으나,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위법 수사에 의한 국민의 억울한 피해를 바로잡아 실질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재심 제도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객관적 법 집행 기관으로서 검사의 객관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후 매해 서울고검·중앙지검에 접수되는 과거 공안 사건(국가보안법 위반, 집시법 위반 등) 관련 재심 건수는 23건에서 137건으로 약 6배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재심 개시 건수도 23건에서 49건으로 2배 증가했습니다. 검찰은 최근 3년간 접수된 재심 청구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선 재심 개시 인용 의견을 제시했고, 재심 개시 결정된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 무죄·면소를 구형했습니다.
 
특히 2023년 0건이었던 집시법 위반 재심은 2025년 74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집시법 위반 사건은 1980년대 군사정권이 '군부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친 시위 참가자·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처벌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한 대표적 공안 사건입니다.
 
이 같은 검찰의 기조 변화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두드러집니다. 서울고검·중앙지검이 집시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인용 의견을 낸 것은 2025년 10월 이전까지 단 1건에 불과했으나, 이후 2026년 4월20일까지 6개월간 24건의 인용 의견이 제출됐습니다. 21대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부임한 2025년 7월 직후부터 일선 검찰의 대응 기조가 본격적으로 전환된 셈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19일 박정희정부 당시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고 강을성씨가 5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 참혹하게 억울한 수사, 기소, 판결을 한 경찰, 검사, 판사들은 어떤 책임을 지느냐"라며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정 장관도 전날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법무·검찰은 '지연된 정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면서 "수십 년 전 권위주의 정권의 과오뿐 아니라 눈앞에 벌어졌던 잘못도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거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자성과 변화를 강하게 촉구한 겁니다. 
 
특히 이번 검찰 개선방안의 핵심은 5·18 민주화운동 특별재심 사유에 대한 적극적 해석입니다. 1980년대에는 관련 구호를 외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며 집회·시위를 주최·참가했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집시법 위반 등으로 무더기 처벌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로 인정되면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른 특별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을 수 있는데,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5·18 관련 행위'를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직접적 행위로 좁게 해석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앙지검은 이번에 평가 기준을 △시간적 근접성 △표현의 직접성 두 축으로 새로 잡고 특별재심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즉, 1980년대 광주로부터 시간이 다소 흘렀더라도 '광주 사태 책임지고 군사정권 퇴진하라'처럼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거론한 표현이라면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른 특별재심 사유로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실제 1985년 4월 성당 앞에서 '매국 방미 결사 반대' '광주 사태 책임지고 군사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하다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시위를 주최하였다'는 혐의로 집시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재심 사건에서, 검찰은 첫 기일에 직권으로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업무 체계도 본격 정비했습니다. 중앙지검은 공공수사1부에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고, 공공수사지원과 소속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첫 기일 전에 증거 관계와 구형 의견을 미리 검토해 면소·무죄 구형 사안의 경우 첫 기일에 결심·종결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올해 1~3월 진행된 집시법 위반 재심 13건 중 11건이 1회 기일에 변론 종결된 바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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