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공수처·검찰 또 '보완수사권' 논란…멍드는 사법정의
검찰, 감사원 공무원 13억원대 뇌물 혐의 불기소
검찰 보완수사 요구에 공수처 공수처 "근거 없어"
보완수사권 갈등 5년째 반복 중…법 공백도 여전
공수처·검찰, 보완수사권 등 '협력방안' 마련해야
2026-04-26 12:09:32 2026-04-26 16:11:58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보완수사권' 규정 미비로 15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가 법망을 피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수처에 책임을 돌렸고, 공수처는 관련 규정이 없어 추가 수사가 불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충돌은 2021년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시작으로 벌써 5년째지만, 법 정비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감사원 직원 김모씨가 민간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총 16건 12억9000여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는 불기소하고, 나머지 총 3건 2억9000여만원에 대해서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13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는 '정황은 있으나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한 겁니다.
 
안동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처분 관련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검찰이 13억원대 혐의를 기소하지 못한 원인을 공수처로 돌렸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김모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은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된 점을 고려,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공수처 이를 장기간 거부했다"며 "보완수사 요구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검찰 자체의 보완수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례"라고 했습니다. 
 
반면 공수처는 규정 부재를 이유로 보완수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경 관계에선 보완수사 요구권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검찰과 공수처 사이엔 그런 규정 자체가 없다"며 "우리가 기록을 검찰에 넘긴 뒤 새로 증거를 확보하는 순간 위법수집증거 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감사원 공무원 뇌물 사건을 수사한 지 3년여 만인 2023년 11월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024년 1월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검찰에 넘겼을 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규정되지 않은 탓입니다. 결국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고,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지만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두 기관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 공수처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수사할 때에도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노출됐습니다. 당시에도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 요구했다가 거부되자 결국 그해 12월 직접 보완수사를 해 조 전 교육감을 기소했습니다. 조 전 교육감은 2024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법원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2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그런데 법원은 2025년 1월 말 윤석열씨 내란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건 제동을 걸었습니다. 공수처가 검찰에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송부하자, 검찰은 윤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이어가려고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두 번이나 불허한 겁니다.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법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1월26일 윤씨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그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공수처법 26조(수사처검사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 송부 등)엔 "공수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한 때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검사는 공수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라고 규정됐습니다. 검찰이 공수처 검사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는지 등은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이 규정의 미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피의자는 조희연 전 교육감처럼 될 수도 있고, 윤석열처럼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법조계에선 유사한 일의 반복을 막으려면 형사소송법과 함께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수처가 검찰에 송부하는 사건이 공소제기, 나아가 공소 유지로까지 이어지려면 공수처와 검찰의 협력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필성 변호사는 "검사가 보기에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고, 공수처도 검사의 보완수사 요청에 대해 존중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며 "공수처 같은 경우는 공수처법이 만들어진 뒤 손 봐야 할 것이 많았지만, 다들 손 놓고 관심이 없어 그대로 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독립기관이 공수처 스스로 요청해 주는 것이 맞다"며 "수사의 완결성을 위해 공수처가 수사한 다음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어떻게 보완수사 협의를 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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