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상판결’ 받았지만…해외송금·인감증명 벽에 막힌 이주노동자
대법 판결 석달째에도 캄보디아 이주노당자에게 '배상금 미지급'
고인 대신 '배상금 대리수령'도 안돼…산재보상은 해외송금 가능
2026-04-24 16:48:39 2026-04-24 16:48:39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고인이 된 이주노동자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유족은 그로부터 석 달째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유족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해외송금이 막혔고, 대리수령도 불가능한 탓입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1년 12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의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은 올해 1월29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망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가 유족에게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지내던 속헹씨는 앞서 지난 2020년 12월 영하 18도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다 숨졌습니다. 이에 속헹씨의 유족은 2022년 9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소송을 시작했고, 대법원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속헹씨의 유족은 대법원 판결 확정된 이후 약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 대리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국가배상 판결금 지급 업무를 맡은) 서울고검으로부터 외국 개설 계좌로는 직접 송금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국가배상금은 원고가 직접 수령하거나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사실상 배상금을 수령할 수 없었던 겁니다. 고검이 안내한 법률대리인을 통한 대리수령 방식에 따르면, 대리인은 위임장과 함께 인감증명서 2부를 제출해야 합니다.그런데 인감증명서 시행법에 따르면, 인감증명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외국인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만 발급됩니다. 
 
속헹씨 유족은 캄보디아에 거주하며 국내 외국인등록 돼 있지 않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해외 송금도, 대리수령도 모두 막히면서 배상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겁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판결 확정 이후 실제 변제 수령 단계에서 외국 거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령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국가배상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9월부터 외국 계좌로 산업재해 보험금을 직접 송금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연 문제가 발생하자, 국내 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해외 송금을 허용한 겁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외국 계좌라도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직접 송금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국가배상금 지급 절차 역시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최 변호사는 “외국 거주 외국인이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를 위한 별도의 판결문 지급 지침을 마련하여,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때마다 동일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를 전제로 한 별도의 지급 지침이 필요하다”며 “재외공관을 통한 본인 확인이나 영사 확인을 거친 위임장 인정 등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소송대리인이 판결금을 수령해 전달하는 경우에도 과도한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법무부는 제기된 문제점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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