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 3만명이 넘는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 성과급 상한선 폐지 등을 요구하며 투쟁 결의대회를 열면서
5월 총파업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
이번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단순 노사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다. 기업 성과급의 합당성에 대한 논쟁은 일단 차치하더도, 파업 여부에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반도체 산업이 지탱하는 국가 경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의 파국으로 흘러가는 형국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보수 언론 등을 통해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 요구’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진 상황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성과급 규모가 아니다. 물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올해 삼성전자가 300조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45조원 수준으로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회사의 성과 공유 방침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과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위기감이 자리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은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를 넘겼을 경우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OPI 산정 기준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배당금 등)을 제외한 계산식으로 산출 방식이 복잡하다. ‘깜깜이 성과급’이라 노조가 비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 성과급이 결정되는 탓에 영업이익이 아무리 잘 나왔다고 하더라도,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성과급은 낮을 수 있다. 노력에 의한 성과의 결실이 오롯이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성과급 체계를 투명하게 바꾸자는 노조의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 2024년 진행된 삼성전자의 창사 이래 첫 총파업도 EVA 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요구에서부터 기인한다.
동종업계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적은 성과급도 노조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는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회사를 떠나게 되는 인력 유출 우려로 화한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한국 반도체 인력에 대해 공개 구인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인재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엔비디아나 메타, 오픈AI는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식 보상 등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고, 대만 TSMC도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비춰볼 때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숫자에만 매몰된 보수 언론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장 노동자에게 있어 반도체 핵심 인력 유출 움직임은 우려를 넘어 이미 현실이 된 까닭이다. 노조의 ‘총파업’이라는 벼랑 끝 전술도 이 같은 위기감의 발로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은 일종의 장치산업으로, 많은 공정 부분을 자동화에 의지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복잡한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은 여전히 노동자의 몫이다. 결국 사람이 이익을 만든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인재인 노동자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크고 그 성과에 대한 이익의 공정한 분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결국 해법은 ‘대화’에 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체계 투명성 등을 보장하는 대안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비용이 다소 발생하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최근 협력업체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기로 한 포스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노측은 현재의 성과급 규모만을 고집하지 말고 전향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합당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되 투자나 주주환원 등에 영향이 가지 않은 수준으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 현금 외 보상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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