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국민 드라마'라 불렸던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이 밥먹듯 내뱉었던 대사다. 이 대사가 지난 주말 BTS의 광화문 공연을 안방 1열로 직관한 뒤 문득 떠올랐다.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이란 이름의 공연은 확정이 되는 그 순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글로벌 K팝 열풍의 대표격인 BTS가 4년 만의 완전체 컴백 무대를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군백기'를 마친 BTS가 복귀의 시작점으로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광화문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BTS 팬덤인 '아미'는 물론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료로 진행되는 공연을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가 된다고 하니 디데이가 임박할수록 기대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월드컵 때의 광화문, 박근혜·윤석열 탄핵 때의 광화문을 기억하는 이들은 BTS 콘서트로 새롭게 기억될 광화문을 예상했을 터다. 이번 공연의 유치 과정에 동참했다는 서울 한 지역구 의원은 기자에게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장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냐"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 비슷한 행사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한 시간에 불과했던 공연이 끝난 뒤 받은 느낌은 실망에 가까웠다. 국내 음악방송과 비교해 아쉬웠던 카메라 워킹, 기존 K팝의 보법과는 다소 달랐던 신곡과 무대 매너 등은 아미가 아닌 일반인 입장의 평가라 쳐도, 그 뒤를 이었던 의문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수고들을?'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서울시와 정부는 이미 한참 전에 안전과 관련한 만반의 대책을 세워놨다. 공연 하루 전에는 유관 부처 장관들이 연이어 현장을 찾아 사전 점검을 마쳤다. 인근 도로는 빠르게는 하루 전부터 통제가 시작됐고, 통제구역 일대에 있는 예식장을 방문하는 하객들을 위해서는 경찰이 버스를 이용해 수송하기로 했다.
공연장으로 구획된 곳으로의 통제는 더 삼엄했다. 티켓을 소지한 사람만 지정된 구역 내로 들어갈 수 있었고 현장의 분위기라도 느껴보고자 광화문 인근을 찾은 사람들은 관객석 주위를 한 방향으로 '무한 강강수월래'를 했다는 증언이 SNS 상에 쏟아졌다. 기자의 한 지인 역시도 "토요일 대낮부터 구경을 갔는데 광화문은커녕 시청 근처에도 못 갔다"며 "몇 시간을 버티다 결국엔 집으로 왔다"고 아쉬움을 토해냈다.
물론 안전에 대해서는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는 낫다.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공연에 앞서 테러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호들갑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완벽한 행사를 위한 과도한 통제가 오히려 당초의 취지를 퇴색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공연이 끝난 뒤 자발적으로 현장의 쓰레기를 치우는 아미들의 모습을 보며, 믿음이 부족했던 것은 그저 정부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광화문이 시민의 공간으로 마음껏 활용되는 것에는 십분 동의를 한다. 다만, 그 과정 역시 시민들의 자율성에 얼마든지 기대기를 바란다.
김진양 산업2부 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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