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캔음료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과자 봉지부터 음료 캔, 컵라면 용기까지 식탁 위 익숙한 식품 포장재들이 '중동 리스크'의 새로운 뇌관이 될 전망입니다. 포장재 핵심 원자재인 알루미늄과 합성수지(플라스틱) 가격이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식품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탓입니다.
18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전일(17일) 기준 톤당 3369.6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톤당 3393달러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조정됐지만, 월간과 연간 각각 9.24%, 26.91%씩 오른 겁니다.
합성수지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세는 지난 16일 기준 톤당 815.19달러로, 전쟁이 발발한 9일(약 779달러) 대비 4.61% 올랐습니다. 월간 상승률은 50.35%,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01% 높은 수준입니다. 국내 나프타 수입가는 지난 11일 일본 수입가(C&F) 기준 톤당 1009달러를 기록하며 전일보다 27.88%, 전주보다는 67.89% 급등해 최근 1년 내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산 원재료 공급 차질이 있습니다. 알루미늄은 아라비아 지역에 약 700만톤의 제련 설비가 집중돼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생산지의 8%를 차지합니다. 나프타의 경우 한국은 사용량의 3분의 2를 수입으로 충당하는데, 이 중 페르시아에서 오는 물량이 60%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원재료 공급사들은 일부 고객에게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공급 중단까지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달 인도 예정이던 원료 나프타 도착이 지연됐다며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알루미늄을 비롯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재료 생산업체들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됐다"며 "이 때문에 포장재 제조업체 단계부터 아예 생산이 안 되는 상황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식품 제조사 원가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선 알루미늄 캔 사용률이 높은 롯데칠성음료·코카콜라음료·동아오츠카 등 음료 업체는 물론 동원F&B·사조대림·오뚜기 등 참치캔·통조림류 업체도 금속 포장재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PP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의 컵라면 용기와 즉석밥·도시락 용기에 쓰이고, PE는 CJ제일제당·오뚜기·대상·동원F&B 등 소스·냉동식품·가정간편식(HMR) 파우치와 리필팩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사실상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 가운데 포장재 원가 상승의 영향권 밖에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셈입니다.
문제는 이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곧장 전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부의 강한 물가안정 기조하에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원가 상승분은 당분간 업체들이 자체 흡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와 포장재 원가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면 결국 마케팅비 조정 등 흡수 대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가격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체품을 구하거나 장기적인 경영 효율 포트폴리오 조정 등 단편적인 대응이 전부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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