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튜브 정치의 시대, 극단의 시대
2026-03-18 06:00:00 2026-03-18 06:00:00
바야흐로 유튜브 정치의 시대다. 동시에 극심한 정치 혐오의 시대다. 정치 유튜브와 정치 혐오 둘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 겉으로는 유튜브와 댓글을 통해 시민의 정치 참여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즉 넓고 대중적인 참여 정치가 아니라 좁고 깊이 편향된 참여 정치다. ‘아니면 말고’식, ‘아전인수’식 정치 유튜브는 보편적 사고를 하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염증을 자아낸다. 이러한 정치 유튜브는 과학, 논리, 사회 통념과 점점 멀어지면서 각종 음모론을 쏟아낸다. 자극적 내용일수록 팬덤을 결집시키고 경제적 이윤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검증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내세우며 숨는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음모론 유튜브에도 허용되지만, 공론장에서 비판받을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정치적 입장 불문 인기 유튜브들은 거짓으로 선동하고 나서 비판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공론장을 황폐화하고 대중을 침묵하게 만든다. 잘못된 말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유포했으면 비난을 받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적 토론이 이어질 수 있다. 아니, 존재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음모론 유튜브 내용을 정치인이 의회에서 발화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강력한 파급력까지 더해지면 진흙탕 음모론 난장은 거국(擧國)화된다. 실제 그런 일이 국회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에는 ‘집단 극화 편향’이라는 개념으로,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형태를 지적하는 학설이 있다.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는 집단 내의 토론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보다 극단적 주장을 지지하게 되는 사회심리학 현상이다. 개인으로서는 위험 부담을 느껴서 그렇게까지 주장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집단이 되면 자신이 그 부담을 온전히 다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 때문에 더욱 과격한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위키피디아 ‘집단 극화 편향’ 참조). 이러한 현상은 집단에 속한 개인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어 자신이 지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옹호를, 그리고 반대 주장에 대해서는 더 강한 비난을 하는 태도를 이끌어낸다. 이를 태도 극화라고 한다. ‘확증 편향’이라고도 한다. 진실이든 아니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개념이다.
 
극단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양보 없는 치킨 게임처럼 거대 양당과 그 순혈 지지자들이 염치도, 체면도, 논리도, 이성도 없이 밑바닥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다수 국민은 쳐다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소수의 정치 과열이 다수의 정치 혐오를 낳는 이치다. ‘정치가 늘 그렇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고 답하고 싶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노사모는 ‘이제 우리는 당신을 감시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노무현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라크 파병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사회는 졸속적 한미FTA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연일 벌이면서 정부에 항의했다. 인터넷 토론 게시판은 지금보다 훨씬 합리성이 있었고 최소한 지금과 같은 ‘음모론’이 주류 위치를 차지하는 기형 양상은 없었다. 
 
‘미친 수도자 라스푸틴(Rasputin the Mad Monk)’. 러시아 황실을 어지럽혀 국정을 농단하고 제국의 몰락에 일조한 그 괴승(怪僧)을 영미권에서 일컫는 말이다. 현대판 라스푸틴이 대한민국 정치 유튜브에 살아있다. 민주사회를 농단하고 있다. 철저히 걸러 들을 일이다.
 
류하경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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