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속성장을 위한 서민의 경제부담 능력 높이기
2026-03-16 06:00:00 2026-03-16 06:00:00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팔아 ETF를 살 것이라는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어온 제당·제분업계 가격 담합과 미-이란 전쟁을 구실로 정유업계의 가격 담합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들 정책은 새정부에서 표방한 먹사니즘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거의 불균형 성장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것이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한편으로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승한 정책이다. 이는 경제 성장과 국민의 민생 문제를 대립시키지 않고 조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민생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초월한 실용주의다. 작년 11월21일에 뉴욕시장에 당선된 진보 정치인 조란 맘다니와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사람들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대화는 정치가 아닌 뉴욕시민의 생활비 부담 즉 ‘affordability’가 중심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맘다니와 뉴욕의 물가 주거비 문제를 논의했다”며 “아이디어가 놀랄 만큼 비슷했다”고 말했다. 맘다니 역시 “뉴욕 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미국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거비와 식료품비 부담이 커지면서 유권자들도 좌우를 떠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지도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비용과 양육 비용이 오래전부터 지속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주택가격을 가구연소득으로 나눈 지수인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은 서민들이 몇 년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서울은 27.2, 도쿄 15.2, 런던 15.4 프랑스 15.9와 비교된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대도시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10~12 내외이다. 이는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이 서울보다 비싸도 양국의 소득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주택부담능력(housing affordability)’이 훨씬 낮은 것이다. 낮은 주택부담능력은 청년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집을 사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결혼을 미루고 출산율도 낮춰 지속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현 정부는 전 정부들의 주택정책 실패를 연구해 종합 대책을 세웠다. 지난 정부들은 수요 억제와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비해 현 정부는 수요 억제에 더불어 유동성의 물꼬를 주택시장에서 증권시장으로 돌리고 주택공급도 실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충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 상법 개정과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미-이란 전쟁으로 치솟던 주가가 하락했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성을 증권시장으로 돌리는 정책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 정부와는 다른 꼼꼼한 종합 대책과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보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공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새 정부가 표방한 지속적 성장과 먹사니즘의 조화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강조한 경제철학이다. 애덤 스미스는 상인과 제조업자(당시 기득권)가 국가와 노골적으로 유착된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국부론』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그는 기득권의 노골적 가격담합에 의한 독점이윤을 신랄히 비판했다. “동업자들은 오락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만나는 경우에도, 그들의 대화는 공중이익에 반대되는 음모나 가격인상을 위한 모종의 책략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거의 없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는 국가가 가진 금은보화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생산하는 재화의 총량에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의 GDP개념을 국부의 바로미터로 삼았다. 그리고 1인 GDP는 생산성과 고용률의 곱임을 책의 서두에서 밝히면서 지속적 성장을 위해 생산성이나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잘사는 나라란 국가가 생산한 재화를 대다수 국민이 소비해 혜택을 얻는 나라다. “어느 사회라도 그 구성원 대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하다면 번영하는 행복한 사회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식주를 공급하는 노동자들이 자기 자신의 노동생산물 중 자신의 몫으로 그런대로 잘 입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어야 공평한 일이다.” 더불어 애덤 스미스는 이런 생산된 국부의 혜택을 국민이 얻으려면 지속적 성장이 중요한데 선진국이 되면 자본 간 경쟁으로 이윤율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이 정체 혹은 하락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절대 다수인 노동 빈민의 생활 상태가 가장 행복하고 가장 편안하게 보이는 것은 사회가 진보하고 있을 때, 즉 사회가 이미 부유해져 있을 때가 아니라 사회가 계속 부유해지고 있을 때이다. 노동자의 생활 상태는 사회가 정체 상태에 있을 때는 어렵고, 쇠퇴 상태에 있을 때는 비참하다.” 경제성장이 하락하면 “취업 경쟁이 너무나 격렬해 노동임금이 하락하며, 노동자의 생활이 비참하고 궁핍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가혹한 조건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굶어 죽거나 걸식하거나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에 대한 높은 보수가 결혼을 장려한다며 당시 식민지인 미국을 예로 들고 있다. “다른 나라(유럽을 말함)에서는 지대·이윤이 임금을 잠식하고 두 개의 우월한 계급(지주와 자본가를 말함)이 열등 계급(노동자를 말함)을 억압한다.”
 
애덤 스미스는 지속 성장을 위해 생산성이나 고용률 제고를 강조했다. 현대에는 첨단 고급 기술이 경제성장의 원천이지만 한국처럼 제조업에 강한 나라에서는 이와 더불어 생산성을 높이는 생산기술도 필요하다. 생산기술이란 현장 노동자에게 체화된 경험과 그들의 창의성에 달려 있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나 외국 노동자들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고급 원천기술이 없어 원자력 발전소나 군함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국부론』에서 말하는 노동자는 현대사회의 서민에 해당된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 초기라서 공장 노동자가 국민의 대다수를 형성했지만 서비스업이 발전한 선진국에서는 여기에 서비스업 종사자와 자영업자가 국민 대다수인 서민을 형성한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노동자에 대한 후한 임금은 이제는 경제 부담 능력, 즉 임금 대비 생활비로 해석해야 한다. 요약하면 서민의 경제 부담 능력을 높이는 정책이 잘사는 나라의 길로 가는 것이고 지속적 성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김근배 숭실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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