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원전 EPC 장벽)①AI 전력 시대…다시 열린 'K-원전 2라운드'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신규 원전·SMR 도입 추진
체코 수주 이후 해외 원전 시장 확대…'팀코리아' 수출 기대
10년 넘는 초장기 프로젝트…EPC 가능한 건설사는 '소수'
2026-03-10 06:00:00 2026-03-1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6일 17: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이 반영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변화에 더해 해외 원전 수출 확대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 주가도 이른바 '원전 테마'로 묶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원전 사업은 장기간 시공 경험과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엄격한 규제 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고난도 산업으로 실제 EPC 수행 기업은 제한적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원전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보고, 국내 건설사들이 K-원전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과 전략을 통해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추진하며 원전 생태계 재가동에 나섰다. 여기에 체코를 시작으로 동유럽과 중동에서 신규 원전 건설 논의가 확대되면서 한국형 원전 수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원전은 공사 기간이 10년 이상 이어지는 초장기 인프라 사업으로 정책 변화와 원가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긴 호흡의 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울 원전 3,4호기 (사진=한수원)
 
원전 르네상스…체코 수주 이어 국내 원전 건설도 속도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약 15년간의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 설비 확충 방향을 담은 국가 전력 정책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이번 계획에는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과 SMR 도입 검토가 포함됐다. 정부는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2038년 최대 전력 수요가 약 129GW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8년 발전량 기준 원전 비중을 약 35% 수준까지 높이고 재생에너지는 30%대 초반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새울(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 등 건설이 지연된 원전은 계획대로 완공하고, SMR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은 지난해 확정됐지만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실제 사업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원전 산업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5·6호기) 사업을 약 26조원 규모로 수주하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는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원전 수출 사업으로 평가된다.
 
동유럽과 중동에서도 원전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국가들도 원전 확대 정책을 검토 중이다. 국제 정세 불안과 에너지 공급 위기가 맞물리면서 원전은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대형 원전 건설 사업이 이어지며 원전 건설 현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인 새울 원전 3·4호기는 1400MW급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2016년 착공 이후 준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공정률은 약 98% 수준으로 운영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삼성물산(000830)두산에너빌리티(034020), 한화오션 등이 시공에 참여하고 있다.
 
경북 울진에 건설되는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대표적인 신규 원전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000720)과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고 있으며 2032년과 2033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동시에 건설 중인 대형 원전은 이 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국내 원전 산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페르미 원전과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등 해외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기본설계와 사업 참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하며 유럽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 등과 협력해 SMR 설계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공급을 중심으로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원전은 기회이자 부담…EPC 가능한 건설사는 제한적
 
하지만 원전 사업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다르다. 원전 건설은 설계·조달·시공(EPC)을 통합 수행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장기간 시공 경험과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엄격한 안전 규제 대응 역량까지 요구된다. 공사 기간만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그 사이 원가 변동과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 때문에 실제 대형 원전 EPC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는 국내에서도 극히 제한적이다. 원전 시공 경험을 축적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047040) 등 일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대부분의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전 공사는 일반 플랜트나 건축과 달리 설계와 시공 경험이 축적된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국내에서도 실제 원전 건설 경험을 가진 곳이 몇 군데 되지 않다 보니 프로젝트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참여 기업이 비슷하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원전 사업은 건설사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이지만 동시에 부담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하지만 공사 기간이 길어 매출 인식이 장기간에 걸쳐 분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 정책 변화, 안전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한다.
 
결국 원전은 건설업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지만, 단기 수주 성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 산업이라는 점도 함께 드러난다. 원전 르네상스가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문은 여전히 소수 기업에게만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와 달리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공사 기간과 비용 증가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단기 이벤트보다는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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