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동산도 ‘위험 자산’이어야 정상적인 시장이다
2026-03-09 06:00:00 2026-03-09 06:00:00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비정상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연이어 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가 고질적 문제"라며 국정을 맡긴 국민의 뜻에 따라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세금과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해 부당한 저항에도 흔들림 없이 시행하겠다는 의지는 본인의 ‘똘똘한 한 채’를 매물로 내놓는 행보로까지 이어졌다.
 
대통령의 강력한 신호에 따라 정부 대책이 가시화하면서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믿음은 가히 종교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깨지지 않는 ‘신화’로 군림해 왔으며,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정체하더라도 결국엔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을 지배해 왔다. 이러한 ‘믿음에 대한 믿음(higher order beliefs)’이 겹겹이 쌓이면서, 부동산은 손실 가능성이 배제된 특수한 자산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이런 믿음은 정부 정책에 의해 공고해졌다. 박근혜정부 시절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은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를 통해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고, 문재인정부의 수많은 대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윤석열정부 역시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세제 혜택과 특례 대출을 쏟아냈다. 이러한 역대 정부 정책의 결과 자금이 부동산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혁신은 위축되었고, 청년층과 중산층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 부담을 안게 되어 사회적 불평등만 심화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동산에만 자원이 쏠리는 기형적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인식 전환은 부동산 역시 주식처럼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상존하는 자산’임을 시장이 수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산시장은 미래 수급에 대한 예상이 현재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공급 확대나 경제 여건 변화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신호가 전달된다면 현재의 주택 가격은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시장은 가격 하락 징후가 보일 때마다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정부의 개입을 압박해 왔고, 이는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고착화했다. 수익은 개인이 향유하고 손실 위험은 정부가 방어해 주는 구조라면 누구라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서울 강남 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투자에 따른 이익만큼이나 손실의 책임도 투자자가 져야 한다. 부동산이 ‘무조건 오르는 안전자산’이라는 탈을 벗고, 하락 시 뼈아픈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될 때 비로소 가계부채의 폭주와 패닉 바잉을 멈출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무너지는 조정 과정은 혹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이나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변화는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 역대 정부의 경험은 말(cheap talk)뿐인 정책이 얼마나 허무하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도 손실 가능성을 현실화해 정상적인 자산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금이 지대추구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과 딥테크 분야로 흘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청년들이 부동산 임장을 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는 창의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영끌과 몸테크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도 멈추게 해야 한다.
 
물론 주택은 생활 필수재이므로 통상적 주거는 적극 보호되어야 하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부동산이 더 이상 ‘대박 신화’가 아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자산’ 중 하나로 내려오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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