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유치권'…행사 여부·방법 잘 택해야
2026-02-10 11:38:00 2026-02-10 11:58:54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길을 지나다 보면 간혹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게 됩니다. 유치권을 행사하는 건물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펜스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하는 사람이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유치물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이 소멸하므로, 유치권자가 배타적 점유를 확보하기 위해 물리적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사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2022년 5월23일 오후 멈춰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치물을 점유하거나 점유를 침탈하는 과정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수원지법은 경기 이천시의 한 회사 소유 건물 외벽 등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낙서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2024년 3월쯤 세 차례에 걸쳐 건물에 낙서했는데, 해당 건물을 소유한 회사 대표 B씨가 승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사건 당시 건물을 점유 및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회사 지분의 20%를 소유한 C씨였는데 A씨가 C씨에게는 아무런 승낙을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B씨가 승낙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승낙했다고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앞선 1월 의정부지법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정당하게 유치권을 행사하는 업체를 악질 기업이라며 시위하고 유치권 행사 중인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간 혐의를 받는 D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D씨는 2020년 6월쯤 정당하게 유치권을 행사하는 공사업체가 입주한 건물 인근에 공사업체가 악덕 업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도급인을 협박하는 악질 기업이라거나 악덕 업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행인들에게 나눠줬습니다. 2021년 1월쯤에는 부하직원들과 함께 유치권 행사 중인 건물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겠다며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일 것 △유치권으로 변제받으려는 채권이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것(견련관계) △그 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것 △유치권을 배제하는 사유가 없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유치권이 발생하면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 등을 유치할 수 있는 효력이 있습니다. 건물의 신축공사를 한 수급인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고 아직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건물을 유치할 수 있는 겁니다. 점유는 간접점유라도 상관없어 건물 공사를 맡은 하수급인이 다른 하수급인 등을 통해 신축건물을 간접점유해도 유치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권자는 유치물을 처분할 권한이 없으므로 유치권자가 소유자의 동의 없이 목적물을 임대했다면 그 임차인의 점유는 유치권자의 점유로 볼 수 없습니다.
 
민법상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변제받으려는 채권이 유치물에 관해 생긴 것이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유치권 제도 본래의 취지인 공평의 원칙에 특별히 반하지 않는 한,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입장입니다. 여러 채의 다세대주택에 대한 창호공사를 하도급받아 완료한 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 다세대주택 중 한 세대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더라도 하나의 계약에 따라 이뤄진 다세대주택 공사대금채권 잔액 전부를 담보한다고 본 겁니다.
 
유치권자에게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유치할 권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 유치물의 경매를 신청할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변제권은 없어 유치권에 의해 경매가 진행됐다면 유치권은 소멸하고 일반채권자와 같은 순위로 배당받게 됩니다. 따라서 목적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파악해 배당 가능성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다른 채권자가 임의경매나 강제경매를 진행했다면 유치권자는 목적물의 매수인에 대해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이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에 의한 경매가 진행되다가 중간에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가 이뤄져 유치권에 의한 경매는 진행이 정지됐다면,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의 매수인은 유치권 부담까지 인수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유치권자는 여전히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해 인도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점유를 계속해야 하는데 점유를 위한 비용과 노력이 들게 됩니다. 또한 불법적으로 점유를 침탈당하면 곧바로 유치권을 상실하게 돼 유치권을 회복하려면 점유회수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점유를 실제로 회복해야 유치권이 되살아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점유를 뺏기 위한 과정에서 민·형사상 분쟁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유치권은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게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치권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채권을 변제받지 못한 상황에서 유치물의 관리를 위한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 상황이 어렵고, 채무자는 본인의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압박을 받아 분쟁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권에 관한 분쟁은 민감한 법률적 문제가 얽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분쟁이 격해지는 상황일수록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분쟁을 조기에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