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대전 동구 가양동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는 이미 준공을 마쳤지만, 8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분양과 입주가 일정 수준까지 회복됐음에도, 시행사는 올해 초 PF를 재조달했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000720)이 제공한 연대보증도 그대로 유지됐다. 공사 완료 이후에도 PF가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가양 딜'은 단기 미분양 이슈를 넘어 현대건설이 재무적으로 관리해야 할 장기 사업장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 투시도 (제공=현대건설)
초기 분양 부진이 만든 자금 회수 지연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전 동구 가양동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에 남아 있는 8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PF는 시행사 와이즈씨앤디가 차입 주체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전액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준공 이후에도 PF가 남아 있으면서, 분양·입주 진행과는 별개로 금융 부담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사업장은 당초 분양 성적 부진으로 시장의 우려를 샀다. 지난 2023년 말 분양에 나섰지만 초기 분양률이 40%를 밑돌며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했고, 분양대금 유입이 더뎌지면서 PF 상환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 만기는 여러 차례 조정되며 금융 부담이 이어졌다. 이후 추가 분양과 조건 조정을 거치며 분양률(약 80%)은 점진적으로 개선됐고, 지난해 9월 준공을 거쳐 현재는 입주(약 70%)도 진행 중이다.
다만 초기 미분양 여파로 현금 회수 속도가 더뎌지면서 PF 상환 일정이 뒤로 밀렸고, 이에 따라 연대보증도 함께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준공 이후에도 PF가 정리되지 않은 점을 두고, 현금 회수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분양과 입주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남은 잔액을 단기간에 정리할 만큼의 자금이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준공 시점만 놓고 보면 PF 잔액이 일부 남아 있는 것 자체를 이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입주와 잔금 납부가 진행되는 초기 국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PF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준공 이후에는 분양대금과 잔금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PF 잔액이 점차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시공사 보증도 자연스럽게 소멸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의 경우는 일반적인 준공 후 사업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사업 초기에는 분양대금과 잔금 유입으로 PF를 상환하는 것이 기본 전제였고, 시공사의 연대보증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초기 분양 부진으로 PF 만기가 여러 차례 조정된 뒤, 준공 이후에도 850억원을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형태로 다시 조달하면서 구조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PF 상환의 전제가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분양대금 만으로 PF를 정리하기보다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통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자금 조달이 유지되는 형태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대보증은 초기의 '보험'에 가까운 보조 수단에서 벗어나, 해당 PF를 성립시키는 핵심 조건으로 작동하게 됐고, 가양 사업장은 단기간에 해소될 잔여 PF가 아니라 시공사가 시간을 두고 관리해야 하는 장기 관리형 사업장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이제는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없으면 동일한 조건의 PF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얘기다.

PF 줄이겠다는 현대건설…가양은 왜 예외가 됐나
현대건설의 PF 관련 우발부채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PF 대출과 관련해 제공한 신용보강 규모는 약 13조 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자본총계 9조 9141억원을 웃돈다. 아직 실제 채무로 전환된 사례는 제한적이지만, 개별 사업장의 상환 지연이 누적될 경우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최근 PF 우발채무 축소와 보수적 사업 선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미착공·초기 단계 사업장에서는 시공권 포기나 참여 축소를 통해 리스크를 정리해 왔다.
실제 현대건설은 브릿지론 단계까지만 관여한 뒤, 본 PF 전환이나 착공 국면에서는 시공권을 정리한 사례들을 여러 차례 만들어 왔다.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B1-3블록 복합개발사업에서는 브릿지론 단계에서 신용보강에 참여했지만, 본 PF 전환 시점에 시공권을
KCC건설(021320)로 넘겼다.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 개발사업 역시 브릿지론 보증 이후 착공을 앞두고 시공권을 동원건설산업에 이전했다. 돈의문2구역 재개발과 마포로5구역 10·11지구에서도 브릿지 단계 이후 시공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건설이 브릿지 단계 리스크는 관리하되, 본 PF·시공 단계에서는 우발채무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취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서도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가 관리 대상에 남아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PF 축소 기조와 배치되는 선택이라기보다, 사업 단계에 따른 선별 관리로 해석한다. 이미 준공을 마쳤고 분양과 입주가 일정 수준까지 회복된 만큼, 조기 정리보다는 보증을 유지한 채 상환 과정을 관리하는 방향이 택해진 사례로 해석된다.
완공 이후 PF가 남아 있는 사업장은 미착공이나 초기 단계 PF와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미 공사비가 집행되고 브랜드가 투입된 상황에서 보증을 해제하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 분양과 현금 회수가 이어지는 사업장은 시간을 두고 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이 선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PF 재조달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관리 가능한 범위의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한 뒤 분양대금과 잔금 회수를 통해 상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4월 만기 도래 시점에는 PF를 다시 한 번 롤오버(차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연대보증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현대건설 신용도 바탕으로 금리 인하와 금융 조건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택"이라며 "미상환 잔액이 실질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게 관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는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