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탁위기)①수수료 축제는 끝…충당금 시대가 드러낸 '민낯'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 등 호황기 수수료가 손실로
대손은 진행형 신탁보수는 줄어…회복보다 정리 국면
2026-02-09 06:00:00 2026-02-0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5일 17: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부동산신탁업 전반에 구조적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온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대손충당금 확대와 자본 부담이라는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상황이다. 한때 수익의 원천이었던 구조가 이제는 리스크의 출발점으로 작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책임준공 관련 판결과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 강화가 더해지며 신탁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제도와 판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신탁사의 재무 구조와 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토마토>는 신탁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수익성 둔화, 회계 부담 확대, 자본 압박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동산신탁 비즈니스가 현재 어떤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호황기 동안 관리형(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을 앞세워 수수료 외형을 키워온 부동산신탁업계가 이제 그 후유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시공사 리스크를 떠안는 책임준공 구조가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현실화되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부담이 충당금과 손실로 재무제표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수료 중심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신탁업계가 '외형 확대'에서 '리스크 정리'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자산신탁의 관리형인 '부산 문현동 1226 BIFC 3단계 복합개발사업 신축사업' (사진=교보자산신탁)
 
시공사 리스크 떠안은 '책임준공', 우발채무가 확정 손실로
 
5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주요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2025년 3분기 기준 주요 14곳 신탁사들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회사별로 수백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대까지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 신탁사에서 대손충당금의 70~90% 이상이 신탁계정대에서 발생해 충당금 부담이 특정 사업이 아닌 토지신탁 전반으로 확산된 모습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신탁보수는 대부분 200억~4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일부 신탁사에서는 충당금 규모가 연간 수수료 수익의 10배 안팎에 달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신탁계정대는 토지신탁 과정에서 신탁사가 사업장에 직접 투입한 자금으로, 분양 부진이나 공정 지연 등으로 사업이 흔들릴 경우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항목이다. 과거에는 일시적인 자금 지원 성격으로 관리됐지만, 최근에는 장기화되는 미준공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손실 가능 자산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탁사들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호황기 동안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추구해온 사업 구조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분양시장이 활황이던 시기에는 신탁사가 자금 조달과 준공 책임을 함께 떠안는 대신, 사업 초기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양이 둔화되고 공정 지연이 잦아지자, 책임준공 확약이 붙은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까지 신탁사가 직접 자금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리스크가 빠르게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러한 문제가 동시에 표면화됐다는 평가다. 시공사의 재무 여건 악화와 금융 환경 경색이 겹치자, 신탁사는 더 이상 손실 가능성을 미루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신탁계정대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를 충당금 형태로 회계에 반영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규모 충당금을 한 차례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준공 사업장과 회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보다는 리스크 정리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교보·신한·우리·KB 등 충당금 상위권…신탁계정대가 재무 잠식
 
이 같은 부담은 일부 신탁사에서 먼저 수치로 드러났다. 2025년 3분기 기준 대손충당금 규모가 큰 신탁사 중 하나인 교보자산신탁은 자기자본 4560억원, 영업수익 954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57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은 5473억원으로 자기자본을 웃돌아 충당금 부담이 이미 실적 전반을 잠식한 상태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자기자본은 3182억원, 영업수익은 1574억원,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은 3310억원으로 연간 영업수익과 자기자본 규모에 근접한 수준까지 확대되며 재무 부담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이 중 교보자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을 빠르게 확대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보자산신탁은 2019년 이후 해당 토지신탁 비중을 급격히 늘리며 신탁계정대 대부분이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이 리스크가 대손충당금과 대규모 적자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신한자산신탁 역시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웠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 이후 미준공 사업장이 늘어나며 신탁계정대와 대손비용이 빠르게 증가했다. 
 
우리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 역시 대손충당금 부담이 실적을 압박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우리자산신탁은 대손충당금 3184억원 가운데 2117억원이 신탁계정대에서 발생해 충당금 부담이 신탁보수(344억원)를 크게 웃도는 구조를 보였다. KB부동산신탁은 대손충당금이 4237억원에 달했고, 이 중 4105억원이 신탁계정대 관련 충당금으로 집계돼 충당금 대부분이 고위험 토지신탁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탁업계는 2024년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관련 익스포저가 큰 신탁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라며 "업계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대손비용 증가가 꼽힌다. 2023년 이후 부실 정리가 본격화되면서, 신탁사들이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신탁계정대를 집행하거나 한도를 설정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손실을 미리 충당부채로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책임준공 사업장의 의무 이행과 회계 처리 기준에 따라 신탁계정대 투입 규모가 일시적으로 늘어났다"며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로 손실 규모는 확대됐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책임준공 사업장에서 미준공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돼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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