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도축업, 청소, 세탁업을 하는 사람들은 성 외곽 외진 곳에 산다. 인간의 존엄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국가가 규정하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의를 해서다. 그리하여 완성된 유토피아는 짐짓 평온해 보인다. 고통과 행복이 산수처럼 뺄셈, 덧셈 되어 전체적으로 0이상의 ‘공리’가 구현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고통과 행복은 그리 계산하고 말 일이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 처한 사람도 최대한의 기본권을 누리며 사는 세상이 행복한 국가이며 ‘유토피아’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현대적 복지국가 개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중단하겠다는 정책 등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하려는 듯 보인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반기를 들거나 자신만은 예외로 남으려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이번 기회에 꼭 집값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극도로 비정상적인 이 상황이 개선되어 일할 맛, 살맛 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누구도 성 외곽에서 평생 불행을 감당하면서 성안의 행복의 밑거름이 되고 마는 삶을 살지 않기를 소망한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애초부터 코스피 5000을 외쳤고 집권 단기간 안에 실제로 이뤘다. 모두가 놀라고 있다.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가 상승이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비정상적 현상이므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경제라는 과학에는 심리라는 과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식시장은 노동과 자원에 의한 가치 창출이 아닌 경제심리, 투자(투기)심리가 분명히 그 기둥을 이루고 있다. 자본 투자로 인해 실물 생산 향상이라는 주식시장의 본질적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과 같이 급격히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는 ‘심리’적 요인이 주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부가 코스피 상승이 경제성장의 목표이자 결과인 것처럼 주창하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 주가상승은 실물 경제와 무역의 회복 결과 또는 표상인 만큼만 건강하다고 보아야 하지, 그 숫자의 오르락내리락이 경제의 본질인 것처럼 국민을 착각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따라서 지금의 심리적 주가 상승 국면에서 ‘큰손’들이 얻고 있는 단기 차익은 ‘불로소득’이라 칭할 만하다. 아직까지 건강한 주식시장이라고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진짜 경제성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AI와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는 직면한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온 유동자금들, 주가 상승으로 얻은 기업들과 자산가들의 가파른 수익, AI와 로봇의 대체로 발생한 절감 인건비, 이런 돈들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여기에 주목해야 할 때다.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윤에 떠밀리는 도시를 구출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F 영화나 소설이 그리는 아름다운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 대신 일을 해서 사람은 편안하게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발생하거나 절감된 돈들이 골고루 국민에게 분배될 때 가능한 ‘유토피아’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 역사상 빈부 격차가 최대인 최악의 ‘디스토피아’ 시대가 도래할 뿐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테면 ‘기본소득’을 말했다. 시장의 돈들이 불건전한 투기에 쓰이는 것을 막고, 노동시장에서 인간의 고된 노동을 대체하는 과학을 추진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는 도래했다. 이제 숙제는 남아도는 돈들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느냐다. 국가정책과 공적 기술개발로 발생한 수익은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 즉, 목표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을 정책과 입법으로 치밀하게 만들어야 할 때다. 그 속도는 주가 상승률과 AI 기술 발전 속도만큼 빨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 국회, 시민사회가 너무 더디거나 아예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불구경만 넋 놓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몹시 우려된다.
류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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