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믿을맨은 '트럼프'…미·일 동맹 강화 수순
총선 승리 직후 트럼프 화답…3월 백악관 회담 예고
무역·안보 공조 강화 속 일본 역할 확대 시험대
2026-02-09 16:14:04 2026-02-09 17:06:35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이를 공개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 지도자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총선 국면에서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에 나선 데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대승이 확정되자 곧바로 감사의 뜻을 밝힌 겁니다. 여기에 3월 미·일 정상회담 일정까지 매듭지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미·일 동맹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2026년 1월31일 도쿄에서 촬영된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2026년 2월5일 워싱턴 D.C.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총선 직후 오간 '감사·지지' 메시지…'정치적 신뢰' 확인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의 총선 대승이 확정된 9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영어와 일본어로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어 "올봄 백악관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함께 추가 대응을 진행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우리 동맹의 잠재력은 무한대"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일본 총선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이 강력하고 힘세며 현명한 지도자이며, 자기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을 이미 입증했다"고 밝히는 등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총선을 앞두고 현직 지도자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외교 관례를 중시하는 워싱턴에서도 이 장면은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의 지지는 일본 유권자보다는 외교·안보 전문가와 금융시장을 향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해석은 총선 이후 이어진 양국 정상 간의 메시지 교환과 일정 조율 과정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 직후 곧바로 동맹 강화를 언급하며 화답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3월 백악관 정상회담 일정을 직접 공개하며 정치적 신뢰를 재확인했습니다.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향후 미·일 관계의 방향성을 사전에 정렬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외신들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의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는 국면에서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먼저 공고히 한 뒤 대중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이는 일본이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단순한 주변국이 아니라 미국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이를 공개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 정상이 지난 2025년 10월28일 일본 요코스카에 위치한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해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함에 탑승한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변수' 앞둔 미·일 밀착…전략적 파트너십 재부상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는 맞물려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미·일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이행을 강조해왔고, 반도체·배터리·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제조업 부활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일본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총선 승리에 대해 "훌륭한 동맹이며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하며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공조 강화가 예상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과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를 분명히 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온 '동맹국의 더 큰 부담 분담' 기조와 궤를 같이합니다. 일본은 최근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방위 예산 확대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대응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승리로 다카이치 총리가 국내 정치적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일본 전문가 실라 스미스는 "이번 승리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외교 정책에서 훨씬 넓은 재량권을 부여했다"며 "특히 미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와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생겼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 역시 "일본 내 정치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보다 명확히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있어 보다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 역시 이러한 정치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 확대 기조와 방위비 증액, 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일본 국채 금리와 엔화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엔화 변동성은 뉴욕증시와 가상자산 시장 등 위험자산 전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총선 압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는 일회성 외교 이벤트를 넘어 미일 관계의 궤도를 재설정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3월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를 넘어, 일본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역할을 요구받고 또 감당하게 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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