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유럽 수출 장벽을 넘기 위해 군함 시장 진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와 영국 등 유럽에서 군수지원함 등 보조함 수주 사례는 있었지만, 구축함과 잠수함 등 이른바 ‘전투함’ 수주는 아직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크로아티아 초계함과 그리스 잠수함 사업 등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 함정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2500톤 인천급 호위함. (사진=방위사업청)
1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해군 전력 현대화를 위한 일환으로 다목적 초계함 2척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사업 규모는 약 6억6000만~16억유로(약 1조1000억~2조7000억원)로 추산됩니다. 최종 사업자 선정은 오는 6월로 예정돼 있으며, 첫 번째 함정은 2029~2030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브로드스플리트와 트리마이 등 자국 조선소를 활용한 건조 방식을 전제로 제시했으며, 현지 건조와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군 전력 강화와 함께 침체된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제시한 설계는 인천급과 대구급 호위함으로, 일반적인 초계함 범주를 넘어 경호위함급 전력으로 평가됩니다. 중거리 대공 방어 능력과 비교적 강력한 화력,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체급과 성능이 아드리아해 연안 작전에는 다소 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경쟁 상대로는 프랑스와 독일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프랑스 국영 조선업체인 나발 그룹은 2500톤급 고윈드급 초계함을 제안하며, 라팔 전투기와 세자르 자주포 도입을 통해 형성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독일 역시 브라운슈바이크급(1800톤급) 초계함을 기반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며,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 등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사진=해군)
이번 수주전에 성공한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유럽 함정 시장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그동안 동남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잠수함과 초계함 등 수출 실적을 쌓아왔지만, 유럽을 대상으로 한 전투함 수주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가입국인 크로아티아 함정 사업을 수주할 경우, 비록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유럽 전투함 시장 진출의 첫 사례로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한화오션은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에 밀린 바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시 수주 실패 요인으로 기술 경쟁력에서는 크게 뒤처지지 않았지만, 유럽산 무기체계를 우선 도입하려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에 따른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폴란드가 EU와 NATO 회원국인 데다, 스웨덴이 영국과의 협력을 통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면서 구조적으로 한국 업체가 불리한 구도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유럽 잠수함 시장 진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그리스의 국방 현대화 사업인 ‘아킬레우스의 방패’ 수주전에 도전했으며, 그리스는 향후 12년간 약 280억유로(약 46조원)를 투입해 국방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예산의 약 10%는 해군 전력 증강에 배정되며, 그리스 해군은 신규 잠수함 4척을 도입해 1970년대 건조된 글라우코스급과 포세이돈급 함정을 대체할 방침입니다. 다만 아직 구체화된 일정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크로아티아 전투함 수주가 성사될 경우 국내 해양방산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유럽에 전투함을 수출한 이력이 없다는 점에서 크로아티아 전투함 수주는 K-해양방산 분야에서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며 “‘바이 유러피언’ 기조와 프랑스와 독일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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