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폴란드 정부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유력 후보로 평가받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한화오션이 모두 탈락하면서, 최종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두 기업이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오르카 사업 탈락의 배경으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캐나다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독일이 CPSP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화오션의 수출형 잠수함 모습. (사진=한화오션)
28일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전날 최대 20조원 규모에 달하는 차세대 잠수함 3척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의 최종 공급사로 스웨덴 사브(SAAB)를 선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던 TKMS와 한화오션이 나란히 탈락함에 따라, 두 기업이 현재 최종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더욱 사활을 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PSP 사업은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약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은 지난 8월 TKMS와 함께 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공급자 선정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오르카 사업 탈락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한화오션이 CPSP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폴란드 정부의 이번 결정을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자는 유럽연합(EU)의 ‘바이 유러피언’ 기조와 스웨덴의 '상호 구매 약속'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방원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안보 동맹, 산업 협력 등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유리한 게 없다”며 “독일은 캐나다와 북극해를 맞대고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아래 동일한 잠수함을 운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번에 수상함 전투 체계를 캐나다로부터 10억달러치 구매하고, 광물 협정을 맺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독일을 포함한 글로벌 무기 거래 시장에서는 로비 활동이 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내수 중심 구조로 로비가 금지돼 있다”며 “독일이 CPSP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기존에 강점으로 꼽혀온 빠른 납기와 우수한 성능도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송 교수는 “캐나다가 요구한 납기 시점이 35년인 만큼 TKMS(TKMS 34년, 한화오션 32년)도 일정 준수가 가능하다. 독일은 일정을 당겨야 한다면 자국 해군에 공급할 잠수함을 캐나다에 우선 제공할 의사까지 밝힌 상태”라며 “한화오션 잠수함의 큰 플랫폼 규모나 SLBM(잠수함 발사 미사일) 탑재 능력 등은 캐나다 요구 사항에 비해 오버스펙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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