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 첫 잠수함 수출 눈앞…페루 거점 중남미 공략
한 척당 7천억…장보고-II급 재설계
2025-11-28 14:29:35 2025-11-28 14:54:4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초로 잠수함 수출에 나섭니다. 페루 해군이 추진 중인 노후 잠수함 교체 사업의 우선 파트너로 HD현중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다음달 설계 계약이 체결될 전망입니다. 수상함 명가로 불려온 HD현중이 잠수함 시장까지 외연을 넓히며 한국 조선·방산 수출 지형을 다시 쓰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 잠수함 이미지. (사진=HD현대중공업)
 
다음 달 설계…내년 건조 계약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중과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는 잠수함 공동 개발을 위한 세부 조율에 돌입한 상태로, 이르면 다음주 계약서 작성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은 설계 협력 단계이지만, 내년 중 건조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미 양측 간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중과 페루 정부·해군·시마 조선소 간 협력은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조선·방산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지난 4월 국제방산전시회(SITDEF)에서 합의각서(MOA)를 맺으면서 이달 초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습니다. 
 
양국의 실질적 협력은 이미 수상함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화돼 왔습니다. 지난해 4월 약 6400억원 규모의 함정 4척(호위함 1척, 원해경비함 1척, 상륙함 2척)에 대한 현지 공동 생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의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한국 기술진이 페루 조선소 설비 현대화를 지원하고, 페루 기술자와 해군 인력이 울산 조선소에서 교육을 받는 등 기술·인력 교류가 이어졌습니다. 
 
이번에 HD현중이 페루에 제안한 잠수함 모델은 장보고-II급(1800톤)을 수출형으로 재설계한 ‘HDS-1500’으로, 페루 해군 요구에 맞춰 체계 개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업비는 설계와 건조, 유지·보수까지 포함해 1척당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1번함은 울산에서, 추가 함정은 시마 조선소 현지 생산 방식이 유력합니다.
 
지난 1일 페루 시마조선소 관계자들이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업)
 
중남미 안보 환경이 키운 ‘실용 잠수함’
 
페루가 한국형 잠수함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역 전략 환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중남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중남미를 자국 공급망으로 끌어들이려는 니어쇼어링 전략 강화와, 중국·EU와의 경제협력 확대 등이 겹치며 지정학적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해양 안보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태평양 국가들은 원양어업 갈등, 대규모 불법 조업, 국경 해역 분쟁 등이 겹치며 해양 감시 능력 강화를 긴급 과제로 안고 있습니다.
 
HD현중 측은 “페루는 중국 대형 어선의 불법 조업과 남획 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고 콜롬비아 역시 긴 해안선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중형 잠수함 한두 척만 보유해도 주변국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잠수함 시장의 수요 구조도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캐나다 등 나토 회원국 잠수함 사업에도 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나토 내부 협력 규정상 역외 업체가 실제 수주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반대로 중남미는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으로 잠재력이 크다”고 했습니다.
 
실제 페루와 콜롬비아 등 다수의 중남미 국가는 800~1600톤급의 실용적 중형 잠수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습니다. 초대형·최고사양 모델을 요구하는 나토권과는 다른 수요입니다. HD현중 관계자는 “독일·스웨덴의 하이엔드급 모델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운용성을 갖춘 한국형 잠수함이 중남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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