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국정조사 진행을 놓고 여야의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진행 조건으로 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지정을 민주당이 거부했습니다. 연내 국정조사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양당은 각각 사법개혁과 대장동 사건을 난타하며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NO'
27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이 "오늘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며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서 이 상태에선 협의가 이뤄질 수 없어 추가 논의를 하는 걸로 하고 오늘 협상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양당은 국민의힘이 제시한 나 의원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조건을 놓고 충돌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초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내 국정조사안'에 맞서 국회 차원의 별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세 가지 조건과 함께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내건 세 조건은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로 증인·참고인 채택 등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압도적 다수를 무기로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은 "야당에서 항소포기 외압까지 (국정조사에서) 하자고 해서 야당 입장을 수용했다"라며 "어제 국민의힘이 세 가지 조건을 걸고 법사위 (진행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민주당은 오늘 법사위도 (조건 없이) 즉각 하는 걸로 하면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라고 했습니다.
간사 선임을 놓고 대립한 양당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정했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 일시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여, 당내 엇박자에 국정조사 실익 적어
이번 협상 결렬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국정조사를 진행할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장동 사건의 국정조사와 특검(특별검사)을 먼저 제안한 건 민주당입니다. 대장동 사건 검찰 항소 포기 이후 여론이 나빠지자 검사의 집단 반발을 '항명'으로 규정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습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친윤(친윤석열) 정치 검찰들의 망동"라며 "검찰권 남용과 조작 기소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당내 엇박자가 재를 뿌렸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제안 이후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항명 검사장 18명을 고발했습니다. 원내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을 겨냥한 국정조사 제안이었던 만큼 고발로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대장동 사건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계속 언급되는 상황도 부담입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의 배후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 대통령을 지목하며 연일 강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기관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 알고 보니, 이재명 정권의 고질적 DNA(유전자)인가 보다"라며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의 신속한 진상규명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여야, 연말 여론전 '치열'
국정조사가 사실상 무산되며 양당은 각각 사법개혁과 대장동 사건으로 피 튀기는 여론전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사법부 압박 수위를 끝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내란 청산과 사법행정·재판 체계 손질이 골자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식화했습니다. 법원의 사건 배당 권한에 손을 대기로 한 것입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이는 비법관 위주의 사법행정위원회 신설도 예고했습니다. 재판소원제도도 밀어붙이는 중입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헌법재판소에 심사를 다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란의 밤 때 죽음을 각오하고 본회의장을 사수해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시킨 그때 심정으로 돌아가서 결연한 자세로 각종 사법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내란 그림자'가 짙어진 만큼 여론 환기를 위해 대여 투쟁 수위를 더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날 추 의원 체포 규탄대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이 비통함을 가슴에 새기고 여당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승리의 동력으로 만들어가겠다"라며 "민주당의 내란 몰이가 종식되면 이제 민주당이 저지르는 진정한 내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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