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이웃 은하서 생명 구성요소 발견”
우리은하 밖, 생명 씨앗 재료 첫 발견
미국 연구진, 대마젤란운 유기물 확인
2025-11-24 10:38:11 2025-11-24 14:16:08
미국 메릴랜드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공동연구팀이 은하 밖 얼음 속에서 복합유기분자를 최초로 탐지하며 초기 우주의 화학적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은하 밖에서도 생명의 출발점이 되는 유기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대마젤란운(LMC)에서 태어나고 있는 별(ST6) 주변의 얼음에서 복합유기분자(Complex Organic Molecules)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20일 학술지 <천체물리저널 레터스(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됐습니다.
 
JWST의 MIRI를 이용해 연구진은 대마젤란은하(LMC)의 ST6라는 젊은 별 주변에서 복합유기분자를 탐지했다. 전체 은하는 원적외선 이미지(우측 상단)에 표시되어 있다. 주요 이미지는 LMC의 항성 생성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JWST의 MIRI가 19마이크론 파장에서 촬영한 ST6 이미지(우측 하단). (사진=NASA/ESA/CSA/JPL-Caltech/M. Sewiło et. al)
 
“외부 은하서 5종 복합유기분자 확인”
 
연구팀은 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중적외선 장비 MIRI를 이용해 ST6 주변을 관측한 결과, 메탄올·에탄올·메틸포메이트·아세트알데하이드·아세트산 등 5종의 복합유기분자를 확인했습니다. 이 가운데 아세트산은 우주 얼음에서 확정 검출된 적이 없는 분자이며, 에탄올 등 3종이 은하 밖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입니다.
 
얼음 속 스펙트럼에는 ‘글리콜알데하이드’로 보이는 신호도 포함돼 있습니다. 글리콜알데하이드는 리보핵산(RNA) 구성 성분의 전구체로 알려진 중요한 유기분자입니다. 다만 연구팀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대마젤란운과 우리은하 사이의 유기물 양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원시별을 관측할 예정”이라며 “소마젤란운(SMC)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크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관측을 총괄한 메릴랜드대·NASA 소속 마르타 세빌로(Marta Sewiło) 연구원은 “JWST는 기존 망원경으로는 잡히지 않던 희미한 얼음 신호까지 포착할 만큼 민감하다”며 “지금까지 얼음에서 확정된 복합유기분자는 메탄올이 유일했다. 웹 망원경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화학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하의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로 지구에서 약 16만광년 떨어진 대마젤란운(Large Magellanic Cloud)은 우리은하보다 무거운 원소(탄소·질소·산소 등)가 적게 포함된, 이른바 저금속(metal-poor) 환경을 가진 은하입니다. 이는 빅뱅 후 수십억 년 된 초기 우주의 조건과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복합유기분자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생명의 화학적 기반이 초기 우주에서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세빌로 연구원은 “대마젤란운은 강한 자외선과 낮은 금속 함량을 동시에 지닌 혹독한 환경”이라면서 “이런 곳에서도 복합유기분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초창기 우주에서도 생명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화학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ST6 주변 얼음 먼지 입자에서 검출된 복합 유기물(COM)을 나타낸 도표 : 아세트알데히드, 아세트산, 에탄올, 메틸포메이트. (이미지=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생명 재료, 별 탄생 단계부터 존재”
 
그동안 천문학계는 복합유기분자가 먼지 얼음에서 만들어지고, 별 탄생 과정에서 기체로 방출되며, 행성 형성 단계까지 살아남는다는 이론 모델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빌 로샤(Will Rocha)는 “이번 검출은 복합유기분자가 얼음 표면에서 실제로 합성된다는 강력한 증거다. 우리은하보다 훨씬 거친 환경에서도 이런 반응이 잘 일어난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행성이 생겨나기 전 단계부터 생명 구성 요소가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이번 발견이 ‘외계 생명’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생명의 기반이 되는 화학이 우리은하뿐 아니라 외부 은하에서도, 그것도 초기 우주 조건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학계의 반응입니다.
 
세빌로 연구원은 “생명의 화학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 우주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 씨앗이 얼마나 보편적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는 NASA의 후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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