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 우리 경제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으로 내수 회복에 힘입어 2% 내외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릅니다. 올해 사상 최초로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 달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치상으로 보면 개선된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복귀이자 정상화 과정일 뿐, 결코 회복이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내년 한국 경제가 2%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해도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그칠 뿐, 저성장 국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 같은 전망 역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가정 아래서 추산됐습니다. 내년에도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부문에서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경우 2% 내외 성장 달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내년 세계 경제가 관세 부과에 따른 교역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역시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수출 기여도가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민간소비 중심 내수 회복이 성장 견인
18일 국내·외 주요 기관에 따르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다수 2% 내외입니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 1.6%,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1.8%, 국회예산정책처와 현대경제연구원 1.9%, 한국금융연구원 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 등입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각각 1.6%, 1.8% 전망치를 내놨는데, 한은은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 역시 연말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성장률 상향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이는 까닭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세 이유가 큽니다.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후 적극적인 재정정책 영향으로 민간소비 등 내수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실제 지난 12일 '2025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KDI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 배경으로 "2026년에는 수출이 둔화하겠으나,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1.8% 성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KDI는 "민간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금년(1.3%)보다 높은 1.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2%가 넘는 전망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내수 회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는 금융 여건 완화와 정부 재정 확대에 힘입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민간소비의 경우 올해 1.3% 증가에서 내년 1.6%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재정 확대, 완화적 금융 기조 등으로 민간소비 중심 내수 회복이 이뤄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1.9%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관세 부과 부정적 영향 본격화…경제 버팀목 수출 좌우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회복이 아닌 정상화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습니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의 복귀일 뿐이지, 여전히 저성장 국면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일침도 뒤따릅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에는 살짝 못 미치고 조금 근접하는 수준까지는 올라가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며 "올해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생각하면 완연한 회복 국면이라고 보기는 조금은 어렵고 '반등 정도'라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수출입니다. 내년 수출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이냐에 따라서 국내 성장이 좌우될 전망입니다. 일단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상호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무관세로 수출해왔던 품목들을 관세를 내며 수출해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장 최혜국 대우를 적용키로 한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부품·의약품 등은 15%를, 철강은 50%를 각각 관세로 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때문에 아직 미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타격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수출 둔화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핵심 수출 분야인 반도체 등이 얼마나 위축하는지에 따라 성장률이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 무역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이지, 위험이 아예 없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무역 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수출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세계 경제는 트럼프 통상정책 영향으로 국제 교역 환경 악화가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도 긍정적 여건과 부정적 여건의 혼재로 내년에도 완전한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통상 압박 정책의 전개로 수출 경기가 예상보다 더 침체되는 경우 국내 주력산업들의 투자 절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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