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또다시 희망퇴직 도미노
롯데·LG생건·편의점까지…유통업계 전방위 감원
AI 효율화·오프라인 침체 겹치며 조직 '슬림화' 속도
2025-11-18 15:56:07 2025-11-18 16:24:27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AI 기반 효율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경영 전략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실적 악화의 흔적처럼 조용히 진행되던 희망퇴직이 이제는 조직을 젊고 민첩하게 재편하기 위한 선택지로 부각되고 있는데요.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롯데그룹을 비롯한 주요 유통·식품·플랫폼 기업들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멤버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죠. 롯데칠성음료는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 롯데멤버스는 근속 5년 이상·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하고 코리아세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또 롯데웰푸드 역시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에게 신청을 받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희망퇴직 확대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하는데요.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순이익이 60% 이상 줄었고, LG생활건강은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습니다. 코리아세븐 역시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I 도입 확산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인데요. 자동 발주, 수요 예측, 타깃 마케팅, 상담 등 많은 기능이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중간 관리자와 반복 업무 중심 인력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테크 중심 사업을 강화 중인 롯데멤버스는 AI 기반 경영 체계로의 전환을 인력 감축의 배경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죠. 과거 말하기 어려운 구조조정이 첨단 경영 전략의 명분 아래 오히려 강조되는 양상입니다. 
 
정치권의 정년 연장 논의도 기업들의 선제적 조정에 불을 붙였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유통업계는 정년 연장이 본격화될 경우 비용 압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며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프라인 중심 비즈니스모델의 약화 역시 인력 감축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백화점·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던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LG생활건강의 판매·판촉 인력이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죠. 해외 관광 트렌드 변화로 실적이 악화된 면세점들 역시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편의점 업계도 성장이 둔화되며 세븐일레븐과 CU 운영사 BGF리테일 등이 채용 축소와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감원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데요.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돌입 이후 공채를 중단했고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직원 수는 2019년에 비해 각각 수천 명씩 감소했습니다. 영화관 업황이 회복되지 못한 CJ CGV 역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채용시장에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롯데는 2021년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 인력을 그때그때 충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는데요. 다른 유통 기업들도 정기 공채를 축소하고 수시 채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세계그룹·CJ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 일부 기업과 식품·뷰티·패션 기업들은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며 일정 수준의 신규 인력 수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축소 지향 경영이 표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단순한 단기 감원이 아니라 AI 기반 경영 구조로의 본격적 전환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계의 고용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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