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학소대에서 먹황새의 부활을 기대하며
2025-11-18 10:13:44 2025-11-18 13:58:20
청동빛 먹황새가 전남 화순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도산서원이 인접한 경북 안동 가송리 낙동강 상류에는 ‘학소대(鶴巢臺)’라는 절벽 지형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학이 둥지를 튼 곳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학은 ‘먹황새(Black Stork)’였습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8년까지 먹황새가 이곳에서 번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1964년 윤수암씨가 촬영한 사진에는 둥지 속 어린 새 두 마리와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 새의 모습이 생생히 포착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먹황새가 텃새로 살았다는 마지막 증거입니다. 그 이후 먹황새는 한반도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겨울철에 10마리 미만이 드물게 나타났다 떠나곤 합니다. 
 
먹황새는 몸길이 약 97cm, 날개를 펼치면 약 2m 정도 됩니다. 부리와 다리, 눈 주위는 붉고, 가슴과 배의 흰색을 제외하면 온몸이 청동빛이 도는 검은 깃으로 덮여 있습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오묘한 색이 감돌지만, 멀리서 보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먹황새는 수심이 얕은 물을 좋아하며, 하천 근처 절벽이나 높은 나무의 상층부에 둥지를 틉니다. 물고기, 조개, 개구리, 뱀, 곤충 등을 두루 잡아먹습니다. 넓은 개활지에서 서식하는 황새와 달리, 먹황새는 주로 산림이 인접한 하천 상류에서 서식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먹황새는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에 걸쳐 넓게 분포하지만 개체수는 적은 편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개체수를 1만마리 이하로 추정하며, 아시아 지역의 번식 개체군은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텃새로서의 먹황새는 완전히 사라졌고, 경북 내성천과 전남 함평·화순, 충남 천수만 등에서 겨울철에 잠시 관찰되는 정도입니다. 국가자연유산(천연기념물 20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지만 자연 번식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런 가운데 2024년 말부터 사라진 먹황새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경북도, 안동시,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등이 힘을 모은 것입니다. 초기 개체군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60년 전 마지막 번식지였던 학소대를 포함해 동강, 내성천 등 상류 하천에서 먹황새가 사계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순한 개체 방사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야생 개체군 회복이 복원 사업의 핵심입니다. 
 
건강한 개체군을 만드는 일은 복원에서 가장 중요하며, 그 중심에는 다양한 혈통의 확보가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일본 타마동물원의 6~7마리와 겨울철 구조 개체 1마리를 기반으로 약 20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릴 계획입니다. 복원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적 다양성입니다. 개체수가 빠르게 늘더라도 같은 혈통끼리 번식하면 야생에서의 생존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몽골, 러시아, 중국 등 먹황새 번식지에서 다양한 혈통의 개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예산 황새 복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국제 협력을 통해 여러 혈통을 확보했기 때문이며, 창녕 따오기 복원이 지지부진한 이유 역시 유전적 결함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먹황새가 소나무 아래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서식지 복원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먹황새가 선호하는 맑고 깨끗한 물, 사행천 구조, 다양한 물길과 풍부한 먹이 환경은 지난 수십 년간 하천 직강화, 준설, 보와 댐 건설 등으로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먹황새가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반도의 하천 환경이 더 이상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로 변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학소대 일대가 자연성을 회복하고 낙동강 상류 생태계가 되살아난다면, 방사된 먹황새가 다시 이곳을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는 한 종의 복원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자연 풍경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복원 사업은 철저한 과학적 기준과 윤리적 절차 하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난 10월, 김해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열린 황새 방사 행사에서 수컷 1마리가 폐사한 사건은 많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햇볕에 달궈진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약 1시간 30분을 버티다 방사 직전에 폐사해, 관계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야생동물 방사는 충분한 적응 기간과 훈련을 거쳐,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 때에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방사 후에는 위치추적 장치를 통한 모니터링 등 기본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언젠가 먹황새가 퇴계 이황 선생이 산책하던 학소대 절벽 위에 다시 둥지를 틀고, 4~5마리의 어린 새를 기르며 낙동강 상류를 날아오르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날이 온다면 우리는 따오기·황새 복원 사업을 넘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자연환경이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겠지요. 

글,사진=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