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관세 협상을 주도해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합의와 관련해 "반도체는 품목 관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반도체 관세를 합의했다"고 말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은 30일 러트닉 장관의 반도체 관세 발언에 대해 "한·미는 반도체 관세를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는 불확실성을 제거한 협상 결과이자 발표 내용은 양측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관련 문서는 마무리 검토 중"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이날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에 동의했고, 이런 투자는 대통령의 지시와 승인을 받게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투자 분야로 조선업을 지정했으며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최소 1500억달러가 약속됐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반도체 관세와 시장 개방을 두고선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말해 우리 정부 발표와 엇갈린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대미 시장 진출 여건을 개선하고, 특히 아직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인도 등 타국 대비 유리한 수출 환경을 확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대만은 미국과 무역 합의가 완료되지 않아 20%의 상호관세를 임시 적용받고 있습니다. 다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별도의 품목 관세 대상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김 실장은 농산물 분야에 대해 "추가 개방은 철저하게 방어했다"며 "민감성이 높은 쌀·소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개방은 없으며, 검역 절차 등 양국 간 협력·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정부와 미국 러트닉 장관의 엇갈린 발언을 고려하면 한·미 협상 결과는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까지 세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시장 개방과 관련해 국내적으로 무역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