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개발 중인 항암제 '벨바라페닙(개발코드명 HM95573)'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는데도 암 치료 마지막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벨바라페닙은 전날 두 건을 포함해 2020년부터 5년간 49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냈습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이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면 벨바라페닙이 처음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은 지난 2020년 11월 25일입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당시 IDH-야생형 역형성형 성상세포종 치료를 위해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고, 약 한 달 뒤인 12월 10일에는 악성 흑색종을 대상질환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악성 흑색종은 벨바라페닙 치료목적 사용승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대상질환입니다. 전날 벨바라페닙 치료목적 사용승인 대상질환 두 개 중 하나 역시 악성 흑색종이었습니다. 이 밖에 벨바라페닙은 대장암, 신우암, 갑상선 유두암 치료를 위해 쓰이기도 했습니다.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BRAF 변이 및 융합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입니다.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s) 중의 하나인 RAF를 타깃하는 기전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임상 1상 결과를 보면 벨바라페닙 200㎎을 1일 1회 투여받은 고형암 환자 35명 중 환자 4명(12%)에게서 부분반응(30%가량 감소)이 관찰됐습니다. 12명(36%)에게선 안정병변(30% 감소에서 25% 증가 사이)이 확인됐고, 17명(52%)에선 진행병변(25% 이상 증가)의 결과도 도출됐습니다.
(사진=한미약품)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공사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미약품은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같은 해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9억1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규모만 놓고 보면 1년 전인 2015년 한미약품 매출 1조3175억원의 대부분을 계약 한 건으로 채운 셈입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제넨텍에게 계약금 8000만달러(약 900억원)를 받고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약 9100억원)달러를 수령하기로 했습니다. 벨바라페닙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면 10% 이상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됐습니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이듬해 식약처에게 제넨텍의 MEK 표적항암제인 '코델릭(성분명 코비메티닙)'과 벨바라페닙을 병용하는 임상 1b상을 승인받았습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가 높은 여러 암 치료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벨바라페닙 개발을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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