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타결에 중기 안도·한숨 교차
관세 10%p 하향 조정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행"
보일러 등 철강·알루미늄 사용 기업은 부담 여전
2025-10-30 15:54:05 2025-10-30 16:07:45
[뉴스토마토 변소인·신대성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중견·중소기업계에 안도와 소외감이 교차했습니다. 관세율이 하향 조정된 품목 관련 업체들엔 숨통이 트인 반면,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등과 관련한 업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게 됐습니다. 
 
지난 29일 경주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 수준의 관세 협상이 이뤄졌습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대미 관세율은 기존 25%에 15%로, 10%포인트 줄었습니다. 항공기 부품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상에 대해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중소기업 현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부품 업체 "다행"…가격 경쟁력 하락 위험 덜어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들은 불확실성을 덜어낸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없어져 다행"이라며 "15%로 관세율이 줄어 업계의 부담이 일단 완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일본이나 유럽연합(EU)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는데 15%면 일본, EU와 같은 수준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에 붙은 품목 관세는 여전히 걸림돌로 남았습니다. 자동차 부품 중에는 철강,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파생상품이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철강,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파생상품은 걱정이다. 품목 관세를 내야 하는 것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30일 논평을 내고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정부의 노력에 감사와 당부를 함께 전했습니다. 중견련은 "당초 약속됐지만 미뤄져온 자동차 관세 15% 인하가 확정된 것은 유관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할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변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가역적 수준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진력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붙는 50% 관세율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무역·통상 제재를 조속히 해제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경쟁력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며 "수출금융 확대, 해외시장 정보 제공 및 인증 지원 등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 의존도를 완화하고 회복 탄력성을 높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보일러·제지·소형가전업계, 관세 부담 속 수출 활로 '막막'
 
철강 사용 비중이 높은 보일러 업계는 타격이 큽니다.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 등 주요 업체들은 품목 관세 부담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요. 보일러·온수기 제품의 상호관세는 15%로 유지된 가운데, 원재료인 철강에 부과된 50%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제품 단가에 추가로 10~20%의 부담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품별로는 최대 35%에 달하는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한 미국·일본 로컬 보일러업체와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 타결 이후에도 세부 품목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제지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솔제지(213500)와 무림그룹 등은 한미 협상 품목에서 제외돼 기존의 상호관세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10월 기준 펄프 가격이 톤당 660달러 수준으로 작년 대비 원가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점은 긍정적 요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유지되며 수출 수익성도 일정 부분 보완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선진국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수출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소형가전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쿠쿠와 위닉스(044340) 등 주요 기업들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밥솥 등 다양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성장세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쿠쿠의 경우 미국 현지에 쿠쿠홈시스(284740) 렌털 법인과 쿠쿠전자 판매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법인에서 8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일단 큰 틀의 관세 협상이 이미 타결된 만큼 이후 상황은 정부의 후속 조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누적되면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협상이 타결된 만큼 정부가 세부 품목별 후속 조정을 추진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변소인·신대성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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