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를 비켜간 수도권 접경지에서는 거래량과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며 ‘풍선효과’가 뚜렷합니다. 반면 서울은 주춤하던 상승세가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지만, 일부 핵심 단지의 신고가 거래가 평균 가격을 끌어올리는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수요 중심 풍선효과”…비규제지역 거래·가격 동반 상승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규제지역인 구리시의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대책 발표 전 3주(9월24일~10월15일) 동안 178건에 그쳤지만, 이후 3주(10월16일~11월6일)에는 475건으로 2.6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비규제지역인 화성시도 같은 기간 매매 거래가 723건에서 1498건으로 증가했고, 용인 처인구도 123건에서 168건으로 늘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10월 초 대비 12월 중순까지 구리(1.73%), 화성(1.82%), 용인(1.85%)의 상승률은 경기도 평균(1.42%)을 웃돌았습니다.
비규제지역인 남양주 왕숙신도시의 한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동탄, 구리, 남양주 등 비규제지역에서는 실제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고 가격도 경기도 평균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는 강한 투기 수요보다는 대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10억원 내외의 실수요 매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가 뚜렷해지자 해당 지역들이 규제지역으로 다시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형석 소장은 “특히 동탄2신도시처럼 거래가 몰리는 지역은 내년 초 추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적으로는 내년 3월 분양 일정에 맞춰 동탄을 포함해 몇몇 지역이 함께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 통계의 함정…“실거래 줄고 호가만 반영”
반면 서울은 규제 여파로 전반적으로 거래가 감소한 가운데 통계상으로는 매매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1% 상승해 상승폭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8480만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축 아파트나 인기 지역 중심의 상승이 대부분“이라며 “따라서 서울 전역이 일괄적으로 오른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고 지역 간 가격 편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심형석 소장도 “현재 서울에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지역은 강남 3구, 한강변, 잠실 등 일부 지역이며 이들 지역에서는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시세를 주도하는 구조”라며 “한국부동산원 매매가 통계에는 호가가 반영되다보니 실제보다 가격이 더 오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처럼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집값 변화 흐름이 상이하다보니 서울 전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10·15 대책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이은형 위원은 “서울 외곽 지역처럼 실제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곳까지 규제지역으로 포함한 것은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며 “서울 외곽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규제를 해제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심형석 소장도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한꺼번에 ‘규제 3종 세트’를 지정한 상황인데, 특히 토지거래허가제는 갭투자 진입을 막고 있어 해제가 쉽지 않다”며 “서울 외곽지역 토허제 지정 해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지정은 쉬워도 해제는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현행 규제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이목은 이제 내년 1월 발표될 주택 추가 공급 대책에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 확대책만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꺾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이은형 위원은 “시장 심리를 정확히 읽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한 규제와 유연한 공급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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