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조각투자(비금전신탁수익증권) 장외거래소 인가 마감(31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컨소시엄들의 출자 확약과 지분 구조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예비인가 대상을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면서 경쟁은 과열됐지만 실질적인 투자 확약 없이 '서류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1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은 뒤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대 두 곳에 인가를 부여할 예정입니다. 심사 항목에는 컨소시엄의 안정성, 서비스 개시 역량, 중소형사 참여 여부 등이 포함되며, 형식보다 실제 출자 능력과 초기 가동 준비도를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마감 직전까지 투자확약서(LOC)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을 들어 심사 자체가 서류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가전에서는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이 사실상 중심축으로 부상했습니다. 공공 성격을 가진 거래소와 전산·인프라를 담당하는 코스콤이 전면에 서면서 안정성 면에서 비교적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거래소 측은 코스콤과 함께 인가 신청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참여 명단이 늘어난 것과 달리, 출자 의지나 지배구조 확정은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단계에서 다수의 증권사는 투자의향서(LOI)만 제출해 둔 상태로, 구체적인 출자 규모와 지분 배분을 확정하는 LOC는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OI는 사실상 행사 참석 예약에 가깝다"며 "LOC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마감일을 맞으면 결국 인가 심사는 명단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인가 이후에도 지분 지분을 둘러싼 이해 충돌이나 주도권 다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래소 측 역시 내부 구도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 지분 구조는 계속 조정 중이며 '절반 이상을 확보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높은 지분을 일방적으로 가져갈 계획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참여사는 30개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구성은 변동 중이고 확정된 숫자는 없다"며 "LOC 제출 일정이 일부 미뤄진 것은 참여사들의 내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후보 구도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루센트블록 등 주요 진영이 경쟁하고 있지만 참여 확약 단계가 마무리되지 않아 전체 구조가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참여 규모가 커 보이지만 내부 의사결정을 끝내지 못한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진영 모두 확약 구조를 정리하지 못한 채 마감일을 앞두고 있어 업계에서는 '형식적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누가 이름을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돈과 책임을 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표면적인 참여 숫자보다 실질적인 자본 투입과 실행력이 핵심"이라며 "31일까지 확약 구조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인가 이후에도 지분 갈등이나 서비스 지연 등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은 뒤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대 두 곳에 인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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