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세계건설, 돈은 마련했지만…포항역 개발은 여전히 '0걸음'
영구채로 숨통 트였지만 공사 멈춘 채 비용만 늘어
매출 0에 금융비용 누적…신세계 단독 책임 구조로 고착
2025-12-12 06:00:00 2025-12-1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15: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신세계건설이 자산 매각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옛 포항역 복합시설 개발사업'(이하 포항역 복합개발)은 여전히 멈춰 있다. 사업 시행사인 포항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가 착공 없이 금융비용만 누적시키고 있어, 재무개선 작업과는 별개로 해결되지 않은 비용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 매출은 착공 이후부터만 인식되지만,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환 시기조차 불투명해 당분간 수익 없이 비용만 부담하는 구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옛 포항역 복합시설 개발사업 조감도.(사진=포항시)
 
PFV 적자만 쌓이는데 책임만…신세계에 집중된 PFV 부담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항역 복합개발 시행사(SPC)인 포항프라이머스프로젝트투자금융㈜(포항PFV, 신세계건설 지분 95%)는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말 순자산이 –599억원이었던 데 이어 2025년 상반기 –695억원, 3분기에는 –719억원까지 결손폭이 확대됐다. 손익 흐름도 개선 조짐이 없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8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07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실질적인 매출 없이 금융비용만 쌓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재무 악화는 착공 지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사 매출은 착공 이후에만 인식되지만, 포항역 복합개발은 토지 매입 후 3년째 '분양·본PF' 이전 단계에서 멈춰 있는 상태다.
 
한때 도심 최고층 랜드마크로 주목받았던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신세계건설 컨소시엄이 한국철도공사 공모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출발했다. 지하 5층~지상 약 70층 규모의 주상복합·호텔·쇼핑몰을 포함한 1조원대 프로젝트로, 2023년에는 건축 인허가까지 완료되며 외형상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분양 시장이 발목을 잡았다. 2022년 이후 대구·경북 분양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포항시는 2년 8개월간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2023년 말 기준 지역 미분양은 2140가구까지 늘었다. 선분양이 불확실해지자 본PF 조달 시점도 사라졌고, 인허가만 완료된 채 공정이 멈춰섰다. 분양이 멈추면 자금이 막히고, 자금이 막히면 착공이 불가능한 구조다.
 
포항역 복합개발 시행사인 포항PFV는 당초 컨소시엄 지분 구조(신세계건설·DS자산개발·코리아신탁 등)였지만, 사업이 멈춘 2023년 이후 신세계건설이 사실상 전 지분(95% 이상)을 인수하면서 단독 책임 구조로 바뀌었다. 착공 이후에야 매출 인식이 가능하지만, 착공 이전까지는 신세계건설이 조달 부담을 먼저 떠안는 구조가 고정된 셈이다.
 
포항PFV는 부지 매입과 초기 사업비 조달을 위해 약 17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활용했다. 해당 대출은 만기 미상환 시 신세계건설 측이 채무를 인수하거나 보전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신세계프라퍼티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구간에 대해 조건부 채무인수·자금보충·주식 근질권·사업권 포기 약정 등을 제공했다. 이는 착공 지연 시 브릿지론 부채를 시공사가 떠안도록 설계된 구조로, 대구·경북 분양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초기부터 강한 신용보강을 요구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착공이 늦어지자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브릿지 보증 규모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만기를 2025년까지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PFV 관련 권리·담보 구조는 복수 SPC(이터널포항제일차·제이차·제삼차 등)에 분산 적용돼, 시공사가 사실상 '대주단 방어막' 역할을 맡는 형태가 굳어졌다.
 
 
PFV 부담 당분간 지속 전망
 
착공 지연과 PFV 조달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신세계건설은 전사적 재무개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레저사업 부문(남여주CC·영랑호리조트 등)을 계열사에 순차 매각했으며, 동시에 이마트 자금보충 약정을 바탕으로 6500억원 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다.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식돼,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을 2023년 968%에서 올해 3분기 267% 수준으로 낮췄다.
 
자산 매각 효과는 현금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912억원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266억원 플러스가 유지됐다. 일회성 실적이 아니라 유동성 보강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영구채는 발행 직후부터 분기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3년 뒤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상환을 미루거나 만기 연장을 선택할수록 이자 비용이 점점 커지는 구조) 조항이 적용되는 구조다.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 개선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 관리가 필요하다.
 
유동성 보강이 이뤄졌더라도, 포항PFV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신세계건설이 유동성을 확보했음에도 포항PFV처럼 수익 없이 비용만 발생하는 프로젝트가 지속되면, 영구채 이자 부담과 맞물려 재무 개선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재 신세계건설의 자본총계가 4천억원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 없는 PFV 비용이 장기화될 경우 재무 부담이 체감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착공 지연으로 브릿지론 연장과 채무인수 약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발부채 노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포항PFV 조달 구조와 신용보강 부담이 늘어날수록, 관련 비용이 신세계건설 연결 재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올해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373억원으로 전년 동기(331억원) 대비 증가했다.
 
이자 상환 여력도 제한적이다. 올해 3분기 단일 분기 기준 금융비용은 128억원이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448억원)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은 약 –3.5배를 기록했다. 영업 손실과 PFV 관련 조달비용이 동시에 존재해 금융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를 지켜보며 착공 시기를 조율 중"이라며 "영구채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특정 프로젝트 방어보다 전반적인 재무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고, 자산 매각도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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