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EB 발행 남발...상법 개정에 '독' 될 수도
자사주 의무소각 논의에 대체수단으로 EB 부상
주가 하락 시 원금상환에 자사주 소각 부담까지
2025-10-28 06:00:00 2025-10-2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4일 17: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자 기업들이 대체 수단으로 교환사채(EB)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EB 발행 공시 규정을 강화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상장사들의 EB 발행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향후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주가 부진과 맞물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광동제약(009290)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광동제약이 지난 20일 EB를 발행하기 위해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 2건에 대해 기재 내용이 공시 작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정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는 앞서 태광산업(003240)에 이어 두 번째 EB 정정 명령이며, 금감원이 EB 발행 공시에 대한 작성 기준을 강화한 이후 기준으로는 첫 제재다.
 
(사진=광동제약)
 
태광산업에 이어 광동제약 'EB 제동'
 
광동제약은 발행주식총수의 7.24%에 해당하는 250억원 규모 자사주(379만3626주)를 대상으로 EB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EB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없고 다른 자금 조달 방식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발행 주선 기관인 대신증권이 이를 전액 인수할 예정이라고도 공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4-5조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제4-5조는 주요사항 보고서 첨부서류에 관한 내용이다. 금감원은 앞서 제재를 강화하며 △타당성 검토 내용 △실제 주식교환시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기존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발행 이후 EB 재매각 예정 내용(사전협약내용 포함)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동제약은 발행 주선기관인 대신증권(003540)이 이를 전액 인수해 재매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으나 금감원은 관련 내용이 불완전하거나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은 해당 EB를 인수한 날 당일 처분하기로 돼 있어, 허위 기재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EB 발행 급증…주가 하락 시 발행사 부담 커질 수도
 
사실 금감원 제동이 잇따르는 이유는 최근 EB 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B 발행결정 규모는 50건, 금액은 1조44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28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고 금액도 9863억원에서 5000억원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달에만 EB 발행금액이 1조1891억원(39건)에 달하면서 3분기 총 발행결정 규모의 78%를 차지했다.
 
EB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앞둔 방어 조치 성격이 강하다. 상장사는 자사주 소각 시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오르지만,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 그러나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하면 경영권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다. 발행된 EB에 대해 교환권을 행사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향후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중복으로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B는 일정 기간 후 주가가 교환가 이상으로 오르면 투자자가 이를 주식으로 교환하는 구조이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발행사가 만기 때 원금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발행사는 원금을 상환하고 자사주까지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교환사채 발행을 처음 공시한 36개 기업 중 25곳(69.4%)의 주가가 공시 이튿날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CC(002380)는 지난달 24일 43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공시했다가 하루 만에 주가가 11.75%나 급락하기도 하면서 결국 EB 발행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EB는 3년 만기가 시장 표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사주 기반 EB는 원금 상환 압박을 덜기 위해 5년 이상 초장기 형태로 설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SKC(011790)의 경우 지난 6월 총 26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며 30년 만기로 설정했다. 표면금리는 연 0%이지만, 발행 후 3년 이후엔 연 1%, 5년 이후엔 연 8%로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구조다. 지난 8월에도 125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며 만기를 30년으로 설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앞으로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할 경우, 재매각을 통해 최종 처분이 누구에게 이뤄지는지도 공시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자사주 소각이 강제화되면 교환권 행사 시점에 주식이 대규모로 시장에 풀리면서 EB 발행 추진 기업들의 주가 하락에 따른 이중 타격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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