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정부가 팹리스(설계)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초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국가 간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특별법에 이은 정부 차원의 육성 전략 공개로 ‘글로벌 투톱’의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지원 전략 발표에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비전과 목표, 국가 차원의 대응 과제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주요 과제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협회는 “반도체 기술·생산 리더십 확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역량 결집,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등 핵심 과제들은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의 호평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 마련과 같이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에서 정부가 반드시 키를 쥐고 리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인프라 구축 같은 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분야다. 기업이 투자하기 위한 환경을 정부가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선 10일 정부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목표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향후 22년 동안 총 700조원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 생산 공장 10기를 추가로 구축하는 한편,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신경망처리장치(NPU), 지능형메모리(PIM) 등 AI 특화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었습니다. 소규모 팹리스는 제품 양산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민간과 함께 4조5000억원을 투입해 12인치 40나노급 파운드리 ‘상생 팹’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또 최근 핵심 분야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차세대 메모리 2159억원 △AI 특화 반도체 1조2676억원 △화합물 반도체 2601억원 △첨단 패키징 3606억원 등의 규모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을 위한 정책도 본격화했습니다. 정부는 △광주(첨단 패키징) △부산(전력 반도체) △경북 구미(소재·부품) 등 반도체산업의 지방 분산 전략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를 비수도권에 구축해 역량을 강화하면서, 지역별 전문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비수도권으로 지원 지역을 국한한 것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 있는데, 이들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은 경기도권”이라며 “사실상 수도권 인력이 아예 거주지를 전부 이전해야 하는데,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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