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개발로 노트북 등 전방 IT 산업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데이터센터 드라이브인 ‘Ultrastar DC HC580 HDD’ 22테라바이트(TB) 제품 모습. (사진=웨스턴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HDD 회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고객사에 전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배송 기간이 최대 10주까지 늘어나는 등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현재 HDD 제품을 최대로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은 90% 수준인 상황입니다.
원판 형태의 디스크를 빠르게 돌려 자기장으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HDD는 반도체 기반의 SSD 대비 속도가 느리고 발열과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SSD보다 가격이 최소 5배, 최대 8배까지 저렴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HDD 시장 규모가 올해 488억달러(약 69조원)에서 오는 2030년 645억달러(약 9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른 HDD 기업들의 성장도 빨라질 예정입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HDD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42%, 미국 시게이트가 41%, 일본 도시바가 17% 등 세 곳이 전체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의 순이익이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하고 총 영업이익률이 4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HDD가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SSD의 가격이 떨어져 HDD를 대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나타나는 HDD 품귀현상으로 SSD의 수요까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HDD 업계는 제품의 가성비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 중입니다. 기존 HDD 대비 용량을 최대 5배 늘릴 수 있는 열보조자기기록(HAMR) 기술을 적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SSD 업체 샌디스크를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하는 등 SSD까지로 제품군을 넓히는 중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로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HDD 품귀현상이 장기화되자 데이터센터 내 저장장치를 기존 HDD에서 SSD로 대체하는 수요도 늘어나 향후 SSD 대란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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