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허상'…성과 중심 '민낯'
첨단산업 외쳤지만…중·일 의존 못 벗어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하락세
기회발전특구 '성과 부풀리기'
웨스팅하우스 합의 '매국 설전'
"정치적 수사와 성과적 숫자만 급급"
2025-10-13 17:37:06 2025-10-13 18:07:2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난 정부가 내세웠던 원전 수출, 첨단소부장, 기회발전특구 등 총체적인 K-산업정책들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성과로 포장된 산업정책의 이면에는 외국 기업 종속 의혹, 실적 부풀리기, 재정 낭비 등의 허상·민낯이 드러나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심 소재·부품 '의존'…소부장 '후퇴'
 
13일 산자위 국정감사장 발언과 국감 자료 등을 종합하면, 원전·통상·소부장 등 핵심 산업이 국익보단 권력의 논리로 설계된 의혹들이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특히 첨단산업의 허상이 지적됐습니다. 초격차가 공급망 종속을 벗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로봇·디스플레이 등 6대 첨단전략산업을 '국가 생존 축'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와 부품 대부분이 중국, 일본 등 특정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 수입 비중 현황을 보면, 음극재의 핵심인 천연흑연은 97.6%, 인조흑연은 9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양극재의 핵심인 전구체와 수산화니켈 중국 의존도 각각 94.1%, 96.4%에 달했습니다. 로봇 구동 부품의 경우는 일본산이 97.8% 규모를 차지했습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Micro-LED)' 소재 90% 이상도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2019년 일본 수출 계기로 지원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도 두 배로 늘어난 예산과 달리 성과는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총매출액은 2022년 1144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077조원으로 하락한 겁니다. 
 
소부장 전체 수출액은 2022년 3745억달러에서 2023년 3341억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지난해는 3637억달러로 수출 성장률이 10.8% 감소했습니다. 핵심 기술 경쟁력을 의미하는 특허등록 건수는 2020년 490건에서 지난해 478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산업 근간인 소재 분야 특허등록은 5년 새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소부장 R&D에 투입한 연간 지원 예산은 2020년 6207억원에서 지난해 1조1400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습니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정한 기회발전특구도 '성과 착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7월 기준 지정한 52개 기회발전특구의 총 투자 유치 예정 금액은 82조1000억원이나 실제 투자 완료 금액은 약 4% 수준인 3조5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정부가 주요 성과로 내세운 여수 묘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착공도 기존 지자체와 협약이 진행 중인 사업을 포장한 사례라는 게 이 의원의 지적입니다. 
 
 
지나달 4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공정 논란' 원전 합의문…"매국 협약"
 
이날 국감에서는 '불공정 논란'이 있는 원전 합의문 공개를 놓고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핵연료 부품 공급 협의가 사실상 국내 원전산업의 자율권을 외국 기업에 넘기는 매국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동아 의원실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의 협약 체결 이후 국내 원전용 핵연료 피복관의 독점 공급권을 요구했습니다. 체코 원전 수출용 협정이 만료되는 최대 2048년까지 국내 모든 원전의 핵심 소재를 자신들이 공급하겠다는 설명입니다. 핵연료 피복관은 방사능 누출을 막는 핵심 부품으로 한전원자력연료가 국내 고유 기술(HANA 합금)로 이미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뤘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간 5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는 기술이나 협정이 현실화되면 정작 소재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 제기한 정진욱 의원은 이날 "한수원과 한전의 이사회 회의록, 대통령실의 지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8월부터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이 직접 압박해 한전 이사진 중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불러 질책했다는 증언이 있다. 용산의 압박 정황이 담긴 핵심 증거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이 협상 과정에서 '체코 원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드러났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국 원전산업을 외국 기업에 예속시킨 것은 국익을 팔아넘긴 매국 협약"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이날 국정감사는 여야 설전으로 개시 1시간 20여분 만인 정오께 중지된 바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재권 합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어떤 계약이든 아쉬운 부분이 있고 불가피한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체코(원전) 관련해서 여러 가지 비판도 있지만 저희가 그때도 정상적인 계약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와 관련된 여러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온 것이 우리 수출의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격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계속해온 것이 대한민국 수출 역사였고 체코 원전도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관의 한 전문가는 "윤 정부 3년은 산업정책의 허상을 드러낸 시기"라며 "정치적 수사와 성과적 숫자만 급급해 구조적 혁신과 민생 체질 개선은 실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권력의 논리도 문제이나 성과주의 한계도 있다. 새 정부가 국가 전략의 방향타를 다시 세웠지만 기술 주권 및 구조적 산업·민생의 균형 회복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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