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밀어내기·AI 교역에 버텼지만…찐 한파 '내년'
내년 1.8% 성장 전망에도 세계교역 '불안'
올해는 '선행선적'·'AI 관련 교역'으로 증가
내년 둔화 전망…제한적?·급둔화? 미지수
"수출의존도 높아 경제에 부정적 요인"
"산업 경쟁력 강화·AI 규제 혁파·공급망안정 7조 지원"
2025-11-27 17:54:28 2025-11-27 18:52:0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년 국내 성장률이 올해보다 0.9%포인트 상향된 1.8%로 제시됐지만 세계 교역의 급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교역의 급둔화 가능성을 내년 하방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27일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지난 5월 수정치보다 0.2%포인트 오른 1.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전망한 1.8%와 같습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2.1%)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는 내년 성장률 전망을 2%대 이상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지난 10월28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1.8% 성장?…세계 교역 둔화 가능성도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을 통해 "세계경제는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합의 진전으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가운데 주요국의 확장적 정책 기조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조 등으로 예상보다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의 통화·재정 정책 완화와 AI 인프라 중심 투자 확대에 대한 긍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2% 내외의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판단입니다. 유로 지역도 금융 여건 완화와 국방비 등 재정 확대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성장률 전망치로만 보면 올해보다 좋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내년 세계 교역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기관들 전망에서는 내년 세계 교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전망 기관들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을 상향 조정하되, 내년은 올해보다 한층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 상황입니다. 한은 측도 내년 세계 교역의 증가세 둔화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둔화 수준이 '제한적 둔화'일지, '급둔화'일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10월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행 선적·AI 관련 교역…'기저효과' 예상
 
문제는 '급둔화' 가능성입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았던 점으로 '미 관세 부과 우려에 따른 선행 선적'과 'AI 관련 교역'을 꼽고 있습니다.
 
WTO 측도 지난 1분기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의 수입이 급증한 배경으로 관세 인상 전 '선행 선적'을 지목해왔습니다. 즉, 미 관세 부과를 우려한 수출 물량 밀어내기와 AI 관련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올해 세계 교역이 당초 전망보다 크게 늘어난 겁니다.
 
선행 선적에 따른 1분기 미국 상품 수입 물량을 보면, 전기보다 18% 급증했다는 분석입니다. 분기 수입이 10%대 중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과거 통상적 변동 폭을 벗어난 이례적 사례로 읽힙니다.
 
AI 관련 교역도 전체 교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나 올해 상반기 세계 교역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46% 규모로 집계했습니다. 이 중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AI 관련 교역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 투자와 관련한 글로벌 수요를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물량지수가 수출물량 총지수를 높은 수준으로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때문에 내년 세계 교역은 이 같은 기저효과의 작용으로 올해보다 상당 폭 둔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나리오 '희비'…글로벌 AI 경쟁력 '관건'
 
한은도 이런 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AI 성장세 지속 기대감과 과잉 투자 우려가 혼재하며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AI 확산에 따른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0.2%포인트 높아질 수 있습니다.
 
AI 투자가 과도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를 가정하면 내년 국내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0.1%포인트 하락할 전망입니다. 특히 하락 기조는 이듬해인 2027년 0.3%포인트 하락세 요인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교역 증가율의 실적치(CPB 기준)와 전망치(IMF 기준) 간 격차는 향후 예상되는 세계 교역 둔화 폭을 반영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동차 수출과 관련해서는 "현대·기아자동차 3분기 영업이익 악화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마진 축소 등을 통해 악화된 수출 여건에 대응하는 방식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미 관세 인하로 급한 불은 껐으나 중국 자동차산업의 부상, 2035 NDC 등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며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 전략의 후속 조치 이행으로 모빌리티 마더팩토리 구축, AI 생태계 고도화 등을 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총 67개 과제)'을 통해 AI 산업 핵심인 데이터 활용, 서비스 상용화, 인프라 구축 분야의 규제를 혁파해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연말까지 약 7조원 규모의 공급망안정화기금 지원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기업인 엠넥스를 방문, 전장부품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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