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의 올해 수주 성과가 예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초 설정한 목표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어볼 때 50~70% 선에 머물고 있어, 연말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소 부진한 셈입니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해 지난 2020년 인도한 피더 컨테이너선. (사진=HD현대미포)
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93척의 선박을 확보하며 약 17조 원대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연초 세운 25조 원 규모 목표의 70% 미만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7척 계약으로 약 7조 원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목표로 삼았던 14조 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화오션은 32척에 약 9조 원 상당의 수주를 올렸습니다. 별도의 연간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년도 12조 원대 실적의 70%대에 그쳤습니다.
세 업체 평균으로 보면 목표 대비 약 65% 달성률입니다. 지난해에는 9월 중순 이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HD현대는 전년도 추석 무렵 목표 대비 125% 이상을, 한화오션은 전년 실적의 140%를 넘는 성과를 올렸었습니다.
이러한 부진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신규 선박 발주가 위축된 영향이 큽니다. 클락슨 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3448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4%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는 LNG 운반선 부문의 발주 급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세 업체가 총 48척의 LNG선을 수주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아직까지 18척 확보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신 컨테이너선 수주가 이를 일부 보완하고 있습니다. 전년도 38척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지금까지 74척을 수주하며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수년간의 호황으로 재정 여력을 갖춘 해운사들이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노후 선박 교체에 적극 나선 결과입니다.
최근 들어 LNG 운반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5건의 LNG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 승인을 받는 등 천연가스 생산 확대로 인한 운반선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유럽이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LNG 수입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주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LNG선에 대한 건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LNG선 발주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