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박형래 인턴 기자] #1. 지난 5월, 경기 수원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승용차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은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았습니다. 해당 차량은 자율주행차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성능 인증을 받은 차량이었습니다.
#2. 지난해 8월, 대구 달서구에서 시험 운행 중이던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차량과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당시 차량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안전관리자가 탑승해 있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025 수원 지능형교통체계(ITS) 아태총회’를 이틀 앞둔 지난 5월2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일대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안전사고는 ‘급증’
자율주행 기술이 점차 발달하며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 안전 관리와 책임 체계의 취약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자율주행차 사고는 총 11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6건, 2022년 7건, 2023년 27건, 2024년 30건, 올해(2025년) 9월 기준 47건으로, 2021년 대비 약 8배 증가했습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76건,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가 41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안전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건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조사 기준 강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토부는 2021년 6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이후 자율주행 중 발생한 주행 이탈, 시스템 오류, 경미한 접촉 사고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통계상 사고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 ‘스트리스’, ‘서울로보틱스’ 등 중소기업들이 정부 실증 사업의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와 특례 사업을 통해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차 등 대기업은 현재 기술 자문 또는 부품 협력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완성차업체들은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 실증 사업에는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협력사 형태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대기업이 가진 자원과 인프라가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대기업의 소극적 참여는 결국 국내 자율주행 산업 전반의 데이터 축적과 기술 검증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비해 자본력과 데이터 확보 등에서 뒤처진 것이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정아 아주대학교 교수는 “중국이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스타트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자본과 인력이 제한적”이라며 “이에 따라 집중력과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2021년부터 7년간 약 9000억원 규모의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중 실제 자율주행 기술(인지·판단·제어 등)에 투입된 금액은 약 20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시 연동 인근을 달리는 노선버스형 자율주행차 '탐라자율차' 관리자가 운전석에서 두 손을 놓은 채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빠른 혁신 속도…안정성 확보 ‘숙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빠른 혁신 속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안전성 확보와 상용화 과정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민첩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기술 실험이 가능한 스타트업의 강점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본력 부족과 검증 인프라의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제석 퓨처드라이브 대표는 “교통 환경을 반영한 자율주행 통합 실증 리빙랩 같은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투자 유치와 기술 고도화가 가능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검증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됩니다. 다양한 기상 조건과 도로 환경,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방대한 규모의 실증 테스트가 필수적인데,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서울 마포구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전국 약 2000여개 자동차 검사소에 자율주행차 평가장비(KADAS)를 설치하려면 1대당 약 8억원의 비용이 필요해, 민간 운영 구조상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국내 자동차 검사소의 대부분이 민간 운영 구조인 만큼, 장비 구축과 데이터 분석 인프라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과 배상 문제도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더라도 실제 상용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기술개발 단계에 머무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습니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관련 장비들은 고비용 구조로 인해 실제 구매가 가능한 곳은 정부기관뿐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수요 창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표진수 기자·박형래 인턴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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