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전체 매출의 약 90%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서 나오는 LX세미콘이 고객사들의 이어지는 DDI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하반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DDI로 편중된 수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와 무선 통신 모듈 등 신사업 공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입니다.
LX세미콘의 대전캠퍼스 사옥 전경. (사진=LX세미콘)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적용되는 DDI 공급망에 대만의 반도체설계 업체인 노바텍이 진입합니다. 애플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로부터 DDI를 공급받고 있는데, 당초 LX세미콘은 지금까지 BOE에 DDI 물량을 거의 독점으로 공급해왔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상반기 BOE에서 발생하는 LX세미콘의 매출액도 253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8548억원)의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이유로 올해부터 BOE의 공급망 변화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LX세미콘의 점유율을 잠식하기 위해 부품가 인하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노바텍은, BOE는 물론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의 DDI 공급망에도 진입한 상태입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까지 아이폰용 DDI를 LX세미콘으로부터 전량 공급받아왔으나,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공급망에 노바택을 추가한 바 있습니다.
이에 LX세미콘은 지난해 BOE 납품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적 악화를 방어했는데, 올해부터는 BOE에 공급할 물량마저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따라서 LX세미콘의 올해 실적 부진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X세미콘의 연간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액 1조7838억원, 영업이익 124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4.4%, 25.6% 낮은 실적입니다.
신사업 진출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시흥시에서 연간 25만장 규모로 차량용 방열기판 생산을 시작하며 시장에 진입했으나, 아직 수요가 크지 않아 수익성과 규모 모두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LX세미콘은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차량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와 PMIC(전력관리칩), 모터 제어용 IC 등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이 뛰어들 차량용 반도체나 무선 커넥티비티 사업은 긴 개발주기와 까다로운 품질 인증으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업체가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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