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또' MBK다
2025-09-23 16:52:30 2025-09-23 18:35:03
동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은 동네에서 정평이 날 정도로 상태가 좋다. 홈플러스에서 사온 제철 과일을 맛보며, 문득 '홈플러스가 없어지면 납품업체는 대형 매출처를 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플러스 사태가 촉발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영세 중소업체와 소상공인이 입을 피해는 이제야 몸에 와 닿는 현실이 됐다. 10여년간 생활 반경 안에 항상 존재했던 홈플러스는 어느 순간 '점포정리'라는 명분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최근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점포를 매각해 인수 대금을 갚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 의혹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그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지만 마땅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사이 회생을 위한 자구책으로 15곳의 폐점이 결정됐다. 다만 정치권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만나 매수자가 결정될 때까지 전국 15개 점포를 폐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상태다. 
 
이 와중에 2014년에 이어 지난 8월 롯데카드에서 두 번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 롯데카드에서 300만명, 200GB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불안한 마음으로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 여부를 조회했다. (기자의)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가맹점의 평균 매출 감소와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배당금 지급도 논란이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모두 MBK파트너스가 있다. MBK는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국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MBK를 압박하고 있으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상반기 내내 정무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문회 개최를 추진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이번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MBK를 겨눴다. 과방위는 24일 KT·롯데카드 대규모 해킹 사태 청문회 증인으로 김 회장을 비롯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등을 채택했다. 정무위원회에서도 홈플러스 사태 증인으로 그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재무안정성 확보와 경제적 충격 방지 등을 위해 차입매수(LBO)에 대해 한도를 두는 법안도 발의됐다. 금감원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지난 5월 김 회장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휴대전화를 확보한 이후 수사 진전이 더디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6개월간 각계가 바쁘게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MBK 사태는 시사점과 규제만 남기고, 실질적인 처벌을 피해 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정·재·법조계에서 MBK의 영향력이 막대해 정부당국 차원의 직접적인 제재가 쉽지 않고, 또 법정에서 그에 맞설 로펌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MBK의 탐욕을 저지하고 규제할 수 있을까. MBK의 성공 신화가 올해로 막을 내릴지, 아니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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