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오아시스가 인수한 티몬이 당초 예정했던 영업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티몬의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자 민원을 이유로, 카드사들이 결제 시스템 협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영업 재개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구체적인 오픈 일정은 여전히 미정입니다. 티몬은 오아시스가 지난 3월 116억원을 들여 조건부로 인수한 후, 6월 법원의 강제 인가를 통해 최종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시스템 정비와 재무 안정화를 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마치며, 서비스 재개를 위한 준비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특히 티몬은 약 1만개의 입점 업체와 120만개의 상품을 확보하고, PG(결제대행)사와의 계약도 완료했습니다.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인 3~5% 수수료율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입점 업체 유치에 나섰죠.
하지만 결정적인 장애물은 카드사들의 협조 부족인데요. 지난해 티몬의 미정산 사태로 인해 소비자 민원이 폭주하면서, 주요 카드사 모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 카드사 모두의 참여가 있어야 정상적인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영업 재개 시점을 확정 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단합해 결제를 막는 것은 아니며, 일부 카드사가 부담을 느껴 개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으로 파악된다"며 "결제 시스템 협조는 카드사들의 자율적 판단이기에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현재 쿠팡, 네이버, 지마켓·알리바바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가운데, 티몬의 영업 재개 지연은 오아시스의 성장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아시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28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36% 감소했습니다. 수익성 악화가 이미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티몬의 영업 재개가 지연되면 고정비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요.
티몬의 과거 실적도 오아시스에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때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수백억 원대의 연속 적자로 인해 경영 부담이 컸습니다. 무리한 확장 전략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장 경쟁 구조도 녹록지 않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이미 소수 강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티몬이 다시 영향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현재 오아시스는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서비스 개편 전략을 조율하고 있지만, 재무 부담도 점점 가중되고 있습니다. 인수 및 시스템 개편 등으로 이미 수백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영업 재개 지연은 투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아시스 측은 "공식 입장 발표는 조심스러운 상황으로, 현재는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상반기 기준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7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50억원 수준이며, 유동부채는 578억원으로 단기적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연이 이어질 경우 현금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금융·유통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운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오아시스의 중장기 전략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각 사의 독립적인 판단이라지만, 사실상 보이지 않는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카드사 전반의 협조를 기다리기보다, 일부 카드사라도 우선적으로 설득해 최소한의 결제 수단부터 열어두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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