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개편 혼란 속 '금소처 기능적 독립기구' 대안 주목
2025-09-23 17:00:00 2025-09-23 17: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대안이 부상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감독 강화라는 정책 기조에 부응하면서도 비효율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건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것보다는 '기능적 독립기구화'가 더 적절하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금소원 분리 부작용 우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은 금감원 내 금소처를 존치하면서 기능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금융당국 조직개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4월 이전 한국은행 내에 설치됐던 은행감독원(은감원) 사례를 참고한 것입니다. 은감원이 금감원으로 통합되기 전 인사권과 예산권을 보장받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됐습니다. 당시 은감원은 한국은행과 예산을 별도로 구분해 집행했고, 은행에 대한 감독 및 지시·명령권, 인허가, 검사 및 제재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은감원은 원장 1명과 부원장, 3명 이내의 부원장보를 두고 대통령이 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은감원이 자체적으로 부서장 이하 직원의 이동 및 승진 인사를 수행했고, 필요에 따라 한국은행과 인사 교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은 금소처도 금감원 내 독립기구 성격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소처장의 지위를 금감원장과 대등하게 격상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되, 예산과 인력의 독립적인 운용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조직 신설과 전산 구축 등에 필요한 수천억원대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금감원 내 인력 교류로 인력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감원 노조는 "통합 감독기구의 장점인 우수 인력 확보와 통합 감독의 시너지 효과를 모두 누리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와 여당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금소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 기관이 난립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소비자 피해 구제를 함께 맡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한 기관이 최종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금소원이 분리되면 민원·분쟁 처리, 소비자 피해 구제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 경우 사고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 원인이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인지, 감독기관의 제도 불확실성 때문인지 명확히 가르기 어려워집니다. 
 
과거 2019년~2020년 사모펀드 사태 당시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감독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금융위·금감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실질적 피해 구제는 지연됐습니다. 
 
금감원 직원들 대안 건의 마련
 
이런 상황에서 금소원까지 신설되면 사건 발생 시 책임 미루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어느 기관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는 영역이 생겨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는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감독기관이 난립할 경우 행정 비용이 늘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금소원을 분리 신설하면 예산과 인력 등 최소 연 1000억원 이상의 금융사 감독 분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감독 분담금은 금융사가 내는 것인데, 결국엔 수수료·보험료 등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 22일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검찰청 폐지와 경제부처 개편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각각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당정의 정부조직법 처리 목표와는 별개로 금융감독 체계 개편 속도는 이보다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을 위해선 정부조직법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부수적으로 손대야 할 법안이 많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는 금융위 설치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에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라는 별도 조직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180일 이상 상임위에 묶이게 되므로 내년 1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출범하더라도 금융감독 기능은 최소 내년 4월 이후에야 윤곽이 잡히게 됩니다. 
 
감독 권한 조정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의 반발이 거세고, 야당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는 '감독 기능 강화보다는 관료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정부 조직 개편의 큰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이지만, 조직개편 당사자인 당국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체 법안을 토대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입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신설되고 감독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금감원 직원들이 조직개편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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