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자본 확충 효과 '뚜렷'…제도 보완은 '과제'
전체 PF 사업의 약 12% '부실 덩어리'
자기자본비 20%로 올리면 '안정성↑'
총사업비도 평균 7% 이상 절감
공사비도 낮춰…시공사 보증 부담↓
단, 일괄 규제 안 돼…규제·지원 보완해야
2025-09-22 17:09:36 2025-09-22 18:39:1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만성적 뇌관으로 불거진 '초저자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사업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세 시행사들의 참여 보장과 제도적 지원 없이는 공급 위축의 역효과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 정책적 세밀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PF 사업장별 분석 결과를 보면, PF의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3%에서 정부 목표치인 20%까지 높일 경우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Exit) 분양률'은 59%에서 46%로 약 13%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실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 올려야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PF 사업장별(201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한 약 800개 사업장) 분석 결과를 보면, PF의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3%에서 정부 목표치인 20%까지 높일 경우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Exit) 분양률'은 59%에서 46%로 약 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PF 사업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는 분양 리스크입니다. PF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분양률을 '엑시트(Exit) 분양률'이라고 하는데, 미분양처럼 실제 분양률이 하회하면 PF 사업은 부실에 빠집니다. 
 
실제 부실 여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미국의 PF 사업장별(2015~2024년 중 착공한 약 1만5000개 아파트 사업장) 분석을 보면, 부채비율인 담보인정비율(LTV)이 증가하면 부도·파산·압류 등으로 부실에 빠질 확률이 상승했습니다. LTV가 높고 부실에 빠진 사업장은 재구조화 등을 통해 회생할 확률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사업장이 부실에 빠지면 시행사와 금융기관은 금리를 낮추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등 대출 조건을 조정, 손실을 분담하는 재구조화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부채가 많으면 이러한 재구조화가 합의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우리나라는 전체 PF 사업의 약 12%(금액 기준)가 부실에 빠진 상태입니다. 이 중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를 통해 회생시키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시민들이 서울 잠수교에서 아파트 단지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 높이면 위험 대폭↓"
 
그럼에도 해당 분석 결과는 자기자본이 적고 부채가 많으면 회생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번 실증 분석에서는 현행 자기자본을 20%로 늘릴 경우 분양 부진에도 버틸 여력이 커진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는 자기자본이 증가하는 대신 부채가 감소하면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자기자본비율이 현행 3%에서 정부의 중장기 목표치인 20%까지 증가하면 전체 PF 사업장의 평균 총사업비는 3108억원에서 2883억원으로 7.2% 감소합니다. 가장 큰 비용 요소인 공사비(총사업비 대비 평균 52%)는 자기자본비율이 17%포인트 증가할 때 평균 1606억원에서 1503억원으로 6.4%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황순주 KDI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과 달리 한국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으려면 시공사 보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시행사는 보증 능력이 높은 고신용 시공사를 유치하기 위해 인건비·자재비뿐 아니라 상당한 보증 위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이를 모두 포함한 공사대금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며 "자기자본이 많고 대출이 적으면 시공사의 보증 부담이 줄어 시행사가 높은 프리미엄을 주면서 고신용 시공사를 확보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시공사의 신용등급도 자기자본비율이 17%포인트 증가할 때 정크본드 등급일 확률이 약 15% 상승했습니다. 대출 이자와 수수료 구성인 금융비도 평균 268억원에서 234억원으로 약 12.6% 하락했습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PF 사업장별(201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한 약 800개 사업장) 분석 결과를 보면, PF의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3%에서 정부 목표치인 20%까지 높일 경우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Exit) 분양률'은 59%에서 46%로 약 13%포인트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규제·지원 병행…PFV는 사각지대 지적
 
관건은 제도 설계입니다. 부동산 PF 자본 확충 정책은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동산 PF 제도 보완 과제의 핵심은 총액 한도 규제, 자기자본 인정 범위, 세제 지원, 부동산 개발 명목회사(PFV·프로젝트파이낸싱비히클) 규제 차익 해소로 요약됩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총액 한도 규제는 시공사 보증에 의존한 무분별한 대출을 막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지만 모든 사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정상적인 사업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규제는 '저자본·고보증 사업장'에 한정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자기자본 범위와 관련해선 상환 의무가 없는 우선주는 국제회계기준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며 투자자의 유동성 부담을 줄여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PF 적격 자기자본으로 인정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세제 측면에서는 토지 현물출자 시 양도세 납부를 사업 종료 후로 미뤄주는 이연제도의 상시화를 제시했습니다. 토지비는 전체 사업비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현물출자가 활성화되면 자기자본 확충 효과가 크나 현행 3년 한시 적용으로 사업 장기성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대규모 사업에 주로 활용하는 PFV 현실도 사실상 '무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도관체인 리츠나 부동산펀드에는 최소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적용되나 PFV는 규제가 없어 3% 수준의 초저자본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관체를 활용하는 사업장 중 거의 대부분은 PFV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총사업비 1조원 이상의 초대형 사업의 경우 58%가 PFV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제 혜택은 그대로 누리면서 규제 부담은 회피하는 '규제 차익' 통로로 활용하되, 금융 시스템 전체에는 '과도한 위험 추구'를 불러오는 셈입니다. 대형 프로젝트 실패 땐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감독기관이 부재해 투명성 확보가 어려운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PFV에도 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도입해 리츠·펀드와의 규제 차익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 PF 사업장별(201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한 약 800개 사업장) 분석 결과를 보면, PF의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3%에서 정부 목표치인 20%까지 높일 경우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Exit) 분양률'은 59%에서 46%로 약 13%포인트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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