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유럽을 향한 한국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발 관세·비자 문제 등 각종 불확실성이 미국 진출을 가로막자, 상대적으로 정책적 환경이 안정적인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에서 글로벌 세일즈 총괄을 지낸 토마스 엘러 부사장을 유럽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신설된 유럽 대표 직책은 유럽 영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헝가리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SK온은 현지 맞춤형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자동차 업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 각각 4년 만에 참가했습니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 ‘콘셉트 쓰리’를, 기아는 ‘더 기아 콘셉트 EV2’와 EV3·EV4·EV5·EV6·EV9·PV5(패신저) 등 7개 차종을 전시했습니다. 콘셉트 EV2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소형 SUV로, 2026년 유럽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K-차·배터리가 유럽을 돌파구로 삼는 이유에는 실적 변화도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의 EU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7억92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액은 15.2% 감소했습니다. 산업부는 “유럽 지역 수출액이 전기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8월 수출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SDI, LG엔솔도 각각 헝가리, 폴란드 공장을 활용해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미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반면 유럽은 친환경 정책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어 기업들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유럽은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으로 프리미엄 전기차·배터리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무대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유럽 공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내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현지 완성차 업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미국 리스크를 상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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