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멕시코까지 관세폭탄 엄포…K-전자 ‘설상가상’
트럼프 잇단 발언에 관세 리스크 부각
멕시코도 관세 가능성…USMCA 흔들
바용 부담 불가피…업계 “예의주시 중”
2025-09-18 14:45:56 2025-09-18 15:40:06
[뉴스토마토 이명신·이승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은 자동차 관세(25%)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반도체 압박에 나섰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K-반도체의 관세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관세 우회로로 여겨지던 멕시코마저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에 관세 부과를 시사해 한국 전자업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북미 제조업 기지로서 우위를 점하게 했던 무관세 협정(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이 흔들릴 수도 있어 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영국 방문길에 백악관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타협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다. 이제 15%를 내고 있으며 어떤 것은 더 많은 관세를 낼 수 있다”며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margin)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최대 100%, 의약품에 150~25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유럽연합이 우리나라에 9500억달러를 내고 일본은 6500억달러를 내고 있다”며 자신이 취임 전까지는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미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개별 단위 대신 연 단위 승인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 물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전체 D램의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말말말’…불안감 증폭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거나 직접투자하는 기업은 관세를 예외로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계속 높이면서 반도체 역시 자동차처럼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관성도 없고 실질적으로 나오는 것도 없다”며 “최혜국 대우라는 발언도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문서도 없기 때문에 반도체 관세율이 자동차 관세율 25%를 넘길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실제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 내 비용 증가로 이어져 미 빅테크 기업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해외 반도체 부품들은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에 압박용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메모리 분야를 보면, HBM 같은 고사양 메모리는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미 빅테크 기업들에 피해가 있어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며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에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최대로 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최근 멕시코 정부까지 철강, 가전 등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모습입니다. 
 
멕시코 정부는 앞선 4일(현지시간)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제품에 대해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관세율과 부과 대상 등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멕시코 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제조업 기지 멕시코도 ‘먹구름’
 
한국과 멕시코는 지난 2000년 교역국 간 가장 기본적 프레임워크인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200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전 단계 격인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 체결 협상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멕시코 정부의 현재 계획대로라면, 한국 역시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 TV 생산라인에서 LG 올레드 TV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LG전자).
 
멕시코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대 중남미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기업들은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대미 수출 무관세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자동차, 가전 등 분야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진출했습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하는 생산 최적화 일환으로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에 세탁기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모니터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레이노사, 몬테레이에서 TV와 냉장고 등을 생산 중이며, 이달부터 멕시칼리에서 세탁기 공장을 추가 운영 중입니다. 
 
멕시코 현지에서 최종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만큼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전자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제품의 판매가격을 동결시킬 경우, 관세 타격은 제조사가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멕시코의 관세 부과는 비용 부담 상승 혹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의 가전 공장 생산량을 늘려 국내에서 들어오는 철강, 알루미늄 원재료도 높아졌는데 관세 우려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 “정책이 발효되는 시점을 지켜보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멕시코 관세정책이 한국 기업에 추가 부담을 주게 되면, 미국과 멕시코 양쪽에서 관세 장벽을 동시에 맞는 ‘이중 리스크’가 생긴다”면서 “관세 리스크는 한국 기업들에 단기적 비용 증가와 경영계획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한국 가전업체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변수”라고 했습니다. 
 
이명신·이승재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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