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한 대규모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로 현지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투자 및 전문 인력을 원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전문 인력 없이는 투자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훈련’이라는 단서를 달아 전문 인력의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두고, 재계는 현지 교육에 시간이 많이든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러벨에 위치한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하고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대규모의 한국인이 체포·구금된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강경 이민정책의 충돌에 따른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유화 제스처인 셈입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 인력 없이는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는 체류하는 전문 인력이 미국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라는 단서를 다는 등 ‘미국인 훈련’을 시켜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다양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그들이 자국의 전문 인력을 일정 기간 데려와서 철수해 자국에 돌아갈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시켜주길 바란다”며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의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병 주고 약 주는’ 이 같은 트럼프의 발언에 난감해하는 기류가 읽힙니다. 이미 공장 가동 시 투입될 수천명의 미국인을 위해 일자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전문 인력마저 교육에 투입하라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 기술 교육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 동안 잠시간 있을 장비 셋업 등 전문 인력을 미국인 교육에 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배터리 업체들은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비율이 높아 결국 한국에서 만든 장비를 미국에 가져가서 셋업해야 하는데 이를 미국인에게 교육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앞서 무뇨스 현대차 대표도 “대부분 (고용할) 사람들이 미국에 있지 않다”며 “공장 건설 단계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기술과 장비가 많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인 훈련’의 어려움은 비단 배터리 업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반도체와 조선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신·증설 하고 있어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서가 당면한 숙제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전문 인력을 미국인 훈련에 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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