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이런 규제, 새해엔 손질해야
같은 노후자산,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제도 일원화해야
국내주식ETF 과세하면서 서학개미 귀환 인센티브 ‘넌센스’
2026-01-03 06:00:00 2026-01-03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5년은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자본시장 개혁 노력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 4000 시대를 여는 등 제도가 시장의 체질을 바꾼 해로 기록됐습니다. 하지만 주식·펀드 투자가 가능한 세제혜택 계좌 사이에 엇갈리는 투자 제한 규정과, 서학개미 양성 역할을 하는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과세 등 아직도 불합리한 규제가 산재해 있습니다.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제도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연금자산인데 편입상품 구분 왜?
 
직장인들은 이제 곧 지난해 귀속분의 연말정산 신청을 할 텐데요. 그중에서도 환급액이 큰 항목이 연금입니다. 1년 동안 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에 납입한 금액의 13.2%(총급여 500만원 미만 16.5%)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납입금 대비 환급 효과가 커서 연금계좌는 하나씩 개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주가가 크게 오른 지난해는 연말정산 환급액보다 계좌 운용성과가 더 좋은 가입자들도 많았습니다. 증권사에서 연금 계좌를 연 가입자들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나 주식형 펀드 등 증시에 연계된 다양한 상품을 매수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계좌를 개설해 운용하느냐에 따라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이 다르다는 점은 연금 가입자들을 혼란하게 만듭니다. 
 
개인이 스스로 가입하고 운용하는 연금이라도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는 가입한도뿐 아니라 투자 가능한 상품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연금저축계좌엔 펀드와 ETF, 리츠(REITs)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담을 수 있습니다. IRP엔 연금저축에서 가능한 펀드·ETF·리츠 외에도 채권이 추가되며, 은행권 예금과 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회수 확률이 높은 금융투자 상품도 담을 수 있습니다. 채권의 경우 현재 각 증권사들이 장외채권만 허용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장내채권이 막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저축과 IRP의 편입 상품이 다른 것은 위험자산 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금저축은 100% 위험자산 노출이 가능합니다. 계좌 잔액 전부를 주식형 ETF나 펀드, 리츠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IRP는 위험자산 한도가 70%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예금, ELB 등 원금보장 상품이 구비돼 있습니다. 
 
다만 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은 노후를 준비하는 자산이라는 성격에서 다르지 않아 굳이 어느 한쪽의 위험만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연금저축과 IRP의 위험자산 비중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것을 나누다 보니 연금저축에선 안 되고 IRP에선 되는 상품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어, 어느 것이 어디에서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아는 가입자들이 극히 드뭅니다. 연금저축 가입자 중에도 예금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연금저축은 위험자산 100% 가능 조건만 갖췄을 뿐 반대로 원리금 보장 니즈는 외면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발행어음·IMA 등 연금 편입 왜 안돼?
 
원리금 보장 성격이 강한데도 연금저축과 IRP 편입이 막혀 있는 상품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발행어음입니다. 
 
현재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KB, 키움 등 5개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판매 중이며 최근 신한과 하나가 인가를 취득했습니다. 여기에 삼성, 메리츠 등도 가세할 전망이어서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발행어음을 취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들이 자기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1년 이하 단기 금융상품이라서 실질적으론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깝습니다. 9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AA- 이상으로 웬만한 회사채보다 우량한 데다 금융지주 아래 속해있어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예금보다 금리가 더 높고 특판금리 상품의 경우 웬만한 장외채권보다 나은 발행어음이 연금저축과 IRP의 편입 가능 상품엔 빠져 있습니다. 
 
최근 판매 운용을 시작한 종합투자계좌(IMA) 역시 원금 보장을 내세웠지만 연금계좌엔 담을 수 없습니다. 이름은 ‘계좌’이지만 실제론 폐쇄형 펀드처럼 운용되는 기업금융 투자상품이라서 막혀 있는 문만 열린다면 연금 자산으로선 손색이 없습니다. 
 
세제헤택이 있는 증권계좌라는 점에서 연금·IRP와 비슷한 ISA의 경우 주식종목 매매가 가능하단 특징이 있지만 그 외에도 ELS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은 연금계좌와 구분되는 점입니다. 또한 폐쇄형 펀드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발행하는 수익증권을 담을 수 있는 것도 다릅니다. 위험노출을 100% 허용한 연금계좌에서 이들을 거래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은 규제로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연금 내 국내주식ETF 과세, 환율 불안 키운다
 
이보다 시급한 문제는 연금계좌로 거래하는 국내주식형 ETF 매매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달러 유출로 인한 환율 불안을 잠재우는 방안으로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올 경우 해외주식 매매차익에 22%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준다는 당근책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연금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국내 주식형 ETF 매매차익엔 세금을 물리고 있어 이 제도가 서학개미를 양산한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주식을 매매해서 발생하는 차익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 주식형 ETF를 거래해 발생하는 매매차익도 비과세입니다. 하지만 연금계좌 내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엔 과세합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세금이 부과돼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금계좌를 활용할 때는 국내 주식형이 아닌 해외 주식형 ETF를 매매하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집니다. 
 
연금계좌로 미국 주식형 ETF를 매수하면 미국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합니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매수하는 것이므로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연금자산은 매년 불어나고 있습니다. 연금 가입자들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매년 납입하는 자금이 쌓이고, 강세장 덕분에 타 금융권에서 이동하는 자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돈이 계속해서 해외주식형 ETF 매수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귀환하는 서학개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미국 투자 쏠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금계좌 내 국내 주식형 ETF 매매차익 과세를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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