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급 난항…K-배터리 현지 공장 운영 차질 불가피
단속 후 인력 공백 장기화 우려
비용 부담 늘고 ESS 확장 ‘제동’
2025-09-09 15:31:01 2025-09-09 16:08:2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이 둔화한 K-배터리 업체들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비자 규제 강화로 북미 공장 건설에 투입할 전문 인력 파견이 어려워지면서, 공장 준공과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에 현대자동차와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 단속을 벌이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ICE는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소속 직원 47명과 협력사 인력 250여명을 포함에 300여명의 한국인을 체포·구금했습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 현장 인력을 비롯해 미국에 체류 중인 전 직원에게 전자여행허가제(ESTA) 소지자는 즉시 귀국을, 단기 상용비자(B1·2) 소지자는 숙소 대기 지침을 내렸습니다. 신규 미국 출장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단속이 단순한 불시 점검이 아니라 ‘미국 내 사업에는 현지 인력을 우선 고용하라’는 일종의 본보기 조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 인력은 전문성이 부족해 즉각적인 현장 투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에 단독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전문 인력 수급이 막힐 경우 공사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LG엔솔은 이달 초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15조원 규모의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내년 가동 예정인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소화할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앞선 7월 LG엔솔은 테슬라와 6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고, SK온도 이달 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개발과 대형 ESS 공급 협력을 체결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생산을 전제로 한 계약이어서 비자 규제에 따른 인력 차질은 납품 일정 지연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비용 증가와 사업성 불확실성 확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자 규제 강화 등으로 현지에 파견할 인력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전체 생산 차질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요구하는 현지 공장은 계속 지어야 하는데, 전문 인력 파견이 어려운 점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자 규제는 북미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ESS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의 일부를 ESS로 전환하며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장비 반입과 설치를 담당하는 협력사 인력의 현장 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ICE 단속은 조지아주 공장 외곽 건물이 대부분 완공되고 장비 반입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발생했습니다. 공장 준공과 시험 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인력 공백은 생산 일정 전반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K-배터리 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를 포기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전략적 거점”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맞물려 ESS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은 현재 K-배터리의 최대 격전지”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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